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그리 Jun 11. 2024

방구석 청년의 도피처

인생이 안 풀릴 때

사실 이 시대 청년들을 가장 관통하는 문제가 뭐냐고 물어봤을 때 답은 하나다. 바로 취업이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취업과 일자리에 있다. 지금 정부에서 난리인 출산율과 혼인율도 사실상 일단 돈을 벌어야 결혼생각도 나고, 애기생각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 내가 당장 오늘 먹을 저녁 사 먹을 돈도 없는데 어떻게 그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겠나.

근데 문제는 이 취업이 힘들어 세상에 낙오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취업, 시험준비, 창업준비 등 각자가갈 길에 있어 시간이 걸려 1년, 2년이 지나고 무늬만

‘00 준비생’으로 남고, 이 생활이 익숙해지는 것이 문제다. 그게 낙오다. 예를 들어보자.

내 친구는 소방공무원을 2년간 준비하다 낙방했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나 결국 낙방했다. 이 준비 기간 동안 결과를 떠나 이때는 본인의 위치를 스스로 자기 암시를 통해 정신적 안정을 취한다. 나는 소방공무원‘준비생’이라고 말이다. 이 늪이 정말 무서운 게 다른 누군가를 만났을 때,

“너 요즘 뭐 해?”라고 물으면 나는 그냥 소방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면 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이기 때문에 본인에게도, 그 질문을 하는 타인에게도 심리적 안정을 주는 것이다. 근데 그 준비생이라는 신분은 돈을 벌어다 주지도, 시간을 멈추게 하지도 않는다. 열심히 해서 결과가 좋든 안 좋든 일단 준비생신분일 뿐이다. 돈을 계속 못 벌고 시간만 흐른다. 그렇게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는다.


자, 2년이 지났다. 친구는 이제 소방공무원을 깔끔히 포기하고 취업준비를 한다. 똑같이 앞에 명사만 바뀌었지, 결국은 취업준비생 신분이다. 이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무리 취업준비를 열심히 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 든 ’ 최종합격‘을 하기 전까지는 일단 취업준비생인 것이다. 이 때도 돈도 못 벌고 시간은 자꾸 흐른다. 본인만 늙나? 부모님은 이 취업준비생 시절 때 같이 늙으시고 마음이 타들어간다. 본인은 더 힘들다. 아주 죽을 맛이다. 결국 청년들은 자리를 잡기 전 이 불안정한 기간 자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된다. 이 시기의 부작용이라고 한다면 작게는 원만했던 인간관계가 틀어진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말도 안 하고 방안에 틀여 박혀 몇 년을 보낸 사람도 있고,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을 앓는 사람도 있다.

나도 취업준비를 오래 해봤기 때문에 이때의 감정을 정확히 알고 있다. 어쩔 때는 하루에 딱 한마디만 한 적도 있다. 그 한마디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였다. 요즘은 심지어 모든 주문을 키오스크로 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안 할 것이다. 하루에 한마디도 안 하고 사는데 살은 찌고, 당연히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이 힘든 시기을 한 개인이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어쨌거나 무슨 일자리든 구해서 경제활동을 해야하는데 일자리를 달라고 나라에 구걸을 할 게 아니니 직접 대안을 찾고 움직여야 한다.

누구나 거치는 기간이다. 그걸 누군가는 조금 더 오래, 누군가는 운이 좋아 빨리 해버리고 다음스텝을 밟은 것뿐이다. 일 못해서 죽으란 법은 없다. 이 시기를 조금더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은 그럼 어떤 게 있을까.

경험상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00 준비생 신분으로 아침 10시에 느지막이 일어나, 11시까지 침대에 안 나오고 유튜브 쇼츠보다가 11시에 방으로 나온다. 짜파게티 하나 끓여 먹고, 취업 사이트 좀 들락날락거리다가 카페 가서 문제집 하나 풀고 집에 돌아오고 저녁을 먹는다. 이런 사람이 한 둘일 것 같나? 몇십만 명은 된다고 자부한다. 이 예시는 그래도 자기 발로 밖으로 나간 아주 정상적인 케이스다. 하루 24시간 내내 방에서 안 나오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무조건 아침 7시전에 일어나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밖으로 나가서 걷든가 아니면 뛰어라. 광합성도 쐬고 힘껏 땀을 흘리고 나면 본인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츄리닝만 입지 않게 되고 정상적인 옷으로, 정상적인 생각으로 힘차게 오늘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그리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거다. 진짜 사소한 것. 가령 ’아, 오늘은 자기소개서 하나를 전부 완성해 봐야지‘아니면 ‘오늘은 이 양재천을 한 바퀴 다 돌아봐야지‘ 같은 거. 그리고 그것만 완성해도 본인에게 칭찬을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

대한민국은 인적자원으로 성장한 나라라서 노동에 엄청난 가치를 둔다. 상향평준화된 노동의 이분법적 논리로 특히 대기업이나 전문직이 아니면 철저히 배제해버린다. 직업에 확실한 귀천을 둔다. 무조건 더 높은 것만 바라보는 거다. 킹차 갓무직이라는 (현대차 사무직)이라는 밈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그 수준에 속하지 못하면 자연스레 낙오자 취급을 해버린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 자체가 사실 가장 위대한 것이다.


다음은 내가 하고 싶은 사업, 취업이라면 가고 싶은 곳,프리랜서라면 하고 싶은 일을 향해 가되, 최상위를 보고 도전해야 한다. 자기 객관화를 하라고 요즘 부추기는데 사실 나는 반대다. 정확히 말하면 필요악이다. 원칙적으로는 없는 것이 바람직하나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기 객관화해서 본인을 낮게 객관화 시켰다치자. 그럼 평생 그 자리 수준에만 지원하고, 그 자리에만 머무는 것이다. 자기가 좀 부족할지라도 자기 계발을 통해 올라가면 되는 거다. 자기 수준을 아예 모르고 극단적으로 가령, 공부랑 적성이 안 맞는데 전문직 준비를 몇 년 한다거나, 스펙하나 없고 경험도 없는데 대기업만을 쫓는다거나 허무맹랑한 직업을 바라는 것은 자기 객관화가 물론 필요하겠지.

자기 객관화는 최소한으로 하되, 내가 하고 싶은 최고의 목표를 향해 가는 게 맞다. 파이가 크면 다 잃어도 조각 자체가 크기에 뭐라도 된다. 예전처럼 학벌이 주는 중요성도 크게 줄어들었고 본인이 하기에 달렸다고본다. 사실 인생은 갑자기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앞서간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하루아침에 망할 수 있고, 지금 준비생인 내가 어떻게 잘 풀릴지는 진짜 아무도 모른다.

근데 준비생이 아니라,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관두지 말고 병행하면서 준비해야 한다. 바로 심리적 불안감과 낮아진 자존감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이 준비하면 경제적인 문제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 자체에 온전히 집중이 안 된다. 월 백만 원이라도 벌어야 그 일과 준비하고있는 일에 더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경험담이다.

예를 들어, ‘난 퇴사 후 유튜버를 할 거야!’라고 다짐했다고 가정하자. 진짜 퇴사하고 유튜버에 몰입한다고, 시간이 확보됐다고 온전히 거기에 집중가능할까?

100% 시너지 절대 못 낸다. 불안해서 그렇다. 무엇을 하고 싶던 무조건 병행해야 한다. 생퇴사는 다이어수저가 아닌 이상 그냥 미친 짓이다.

마지막으로 인생이 내 멋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작은 것에 성질내고, 부모와 대화가 단절된 채 고독히 나 홀로 살아가고 있나? 혼자 끙끙 앓는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노력한다해서 절대 나아지지 않는다. 무조건 병원을 가야 한다.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고 처방을 받아야 한다. 실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면 느낄 것이다. ‘왜 내가 이제야 왔지?’라고 말이다. 병원에 가는 건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 일을 반복하는 것은 스스로 굉장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세상은 내가 포기할 때까지 극한의 상황으로 밀어 넣는다. 본인뿐 아니라, 본인 주변 모두가 지금 본인이 힘들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허무맹랑한 희망이 아니라, 언젠간 무조건 본인이 바라는 그 꿈은 이루어진다. 진짜 된다. 다만 지금 이 순간이 조금 힘든 것 딱 그거뿐이다. 진짜로 된다.



이전 10화 한국인이 외모에만 집착하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