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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n 08. 2024

귀인을 만나야 하는 이유

귀인은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사진에 나온 이는 우리 모두가 아는 장범준이다. 슈퍼스타K에 나와 그의 역량을 알아본 심사위원과 대중의 투표덕에 지금은 대한민국 대표 뮤지션으로 자리 잡았다. 벚꽃연금이라 해서 실제로 공연을 안 해도 평생 먹고산다. 한 번씩 공연을 오랜만에 한다고 하면 1분 만에 매진에다 암표까지 많아 얼마 전 공연을 취소하기도 했었다. 지금까지 장범준이 이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다 귀인을 만난 덕이다.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왜 은마아파트에 위장전입을 하고서까지, 녹물이 나오는 다 무너져내려 가는 아파트에 전세를 몇십억 주고까지 들어가서 자녀를 휘문고나 자사고나 명문중고등학교에 보내려고 하는지.

휘문고 앞에 2년간 산 적이 있다. 그곳은 10시가 넘으면 그때부터 일과가 시작인 듯 양 수많은 외제차들끼리 교통마비가 된다. 모두 자녀를 학원 앞에 태우러 온 강남의 부모님들이다. 특히나 비가 오는 날이면 아주 전쟁통이 따로 없다. 이렇게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 때부터 자녀를 학교 마치면 학원으로 뺑뺑이 돌리는 이 대한민국 부모님들의 목적이 뭘까. 그냥 일차원적으로내 아이가 좋은 대학교에 갔으면 하는 바람일까? 명문대 나와봤자 어차피 취업도 안된다. 그럼 의대나 약대 같은 전문직만을 보고 12년 동안 천문학적인 돈을 태우나? 절대 아니다. 고등학생의 경우 고액과외를 한다거나, 기숙학원을 보낼 경우에는 그 목적이 맞을 수 있다. 근데 아주 어릴 적부터 학원을 보내는 목적을 잘 생각해 보면 공부도 공부지만 다름 아닌 주변 친구를 잘 만나게 해 주기 위함이다. 학교만 다녀서는 요즘 친구를 사귈 수가 없다. 예전처럼 학교 끝나고 미끄럼틀 타면서, 철봉 하면서 놀다가 엄마가 밥 먹으러 오라고 하면 오후 5시에 해질녘 집에 달려가던 그런 낭만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학교 끝나면 애들 다 학원 가느라 차가 태우러 오는데 그럼 덩그러니 나 혼자 뭐 하고 노나?

그래서 사람들이 부동산 입지를 고를 때에도 가장 중요시 보는 게 학군이다. 학군이 잘 갖추어져 있는 곳은 부동산 하락기에도 가격방어가 잘된다. 내 아이를 조금 더 공부환경이 잘 갖추어진, 교육을 잘 받은 집안들 무리에 들어가게 해 주기 위해 결국 한 달에 200만 원씩 들여가며 학원을 보내는 것이다.

내 지인 중 삼성동에 사시는 분이 계신데, 자녀가 세명인데 한 사람당 200만 원씩 해서 총 600만 원으로 학원비를 내는 집도 봤다. 근데 이것도 적게 드는 거란다.하긴, 요즘은 영유(영어 유치원)를 보내는 데에만 한 사람당 200만 원인데 저렴한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부모들은 어릴 적부터 자녀의 친구를 잘 만나게 돕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인간관계 형성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귀인을 만날 확률도 높아진다. 인생에 모든 일은 사실 실력보다 운이 결정하는데 그 운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바로 내 주변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학연, 지연이 회사를 들어와서도, 사업을 해서도, 높은 자리에 가서도 중요한 요소인 거다. 사실 서울대를 나오나 지방대를 나오나 교수님들은 모두 다 각 분야에서 훌륭하신 분들이기에수업의 질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안 날지 모른다. 바로 주변 면학분위기가 조성이 되어있는지, 학교 선후배들끼리의 끌어주고 당겨주는 이 문화만이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결정할지 모른다. 특히 요즘같이 학벌이 크게 안 중요한 세상에도 이거 하나는 유일하게 남아있다.

그럼 귀인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 사회적 지위가 높고 귀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귀인은 학연이나 지연 안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정말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굳이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아도 본인에게 큰 영감과 인생을 바꿀만한 터닝포인트를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단순히 제일 친한 친구, 밥 잘 사주는 선배, 이쁜 여자친구가 아니라. 지금 본인이 가장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을 만들 수 있게 계기를 만들어준 사람. 그게 귀인이다.

예를 들어, 의사에 돈도 잘 벌고, 얼굴도 잘생기고, 재테크에 성공해 수백억 대의 자산을 일군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근데 이 사람에게,

“언제 가장 행복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저는 취미로 음악을 들으면서, 곡을 만들 때가 가장 행복해요!”

라고 말한다면 이 의사에게 귀인은 음악을 알려준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이런 사람을 만난 경험이 있다. 우리가 단지 모르고 지나쳤을 뿐.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다. 독서와 글로 평범했던 내 삶을 바꿔준 사람이다. 2년 전, 추운 겨울날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서점에 들러 책 한 권을 쥐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친한 형이었는데 그 형과 커피 한잔을 하다 나눈 대화에서 형은 내가 책을 쥐고 있는 걸 보더니 계속 말끝마다 글 얘기를 했다. 본인도 책을 너무 좋아하고, 이걸 본인만 알기 아까워 작게나마 혼자 일기라도 쓰고 있다고. 근데 나도 책을 너무 좋아하고, 글을 쓰는 것도좋아하니 블로그를 시작해 보라고 하는 거다. 나는 당시 블로그는 광고나 협찬을 받아 상품을 리뷰하고 광고비를 받는 용도로만 활용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로 들어가 보니, 본인만의 일상이나 사유를 조회수가 적다 해도 매일 쓰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꼭 나보고 나이 한 살 더 먹기 전에 하루라도 일찍 글을 써보라고 했다. 너무 잘 어울린다고. 그 만남을 가지고 집에돌아가면서 생각했다.

‘그래, 지금 손에 든 이 책부터 한번 써보자!’

블로그에 차근차근 내 생각을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브런치라는 앱도 그때 알게 되어 동시에 시작했다. 그걸로 영감을 받아 만든 게 미니멀리즘과 관련된 내 첫 책이다. 꼭 출판뿐 아니라 내가 독서와 글을 습관화하며 시작할 수 있게 된 모든 계기는 어쨌든 형이라는 귀인을 만난 덕분이었다.

그때 만약 그 형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서점에 들러 책을 쥐고 가지 않았더라면 내가 귀인을 만날 수 있었을까. 우리는 매 순간 귀인을 만나고 있는데 거기에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능동적으로 붙잡지못하고 행동에 옮기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


대한민국 부모들은 객관적으로 이 형을 알게 된 계기에 초점을 둔다. 본인 자녀에게 더 좋은 사람을 알게 해주기 위해 학원을 보내고 학군을 좋은 데 보내고 하는 거다. 결국 내가 지금 글을 쓰는 것도 내가 이 형을 어떻게든 애초에 아는 사이기 때문에 이런 계기가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것. 맞는 말이지만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다면 사실 요즘같이 클릭 한 번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대에서 어떻게든 만나려 할 텐데. 반려견 사업을 성공시킨 내 친구는 토스뱅크 사장을 만나 사업노하우를 듣기 위해 한 달 동안 매일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끈질긴 이 일방향적 소통에 지쳐 그는 내 친구를  만나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본인의 열정이나 하고 싶은 것, 주변의 관계까지 부모가 어릴 적부터 모두 결정해줘야 하는 이 현실이 그저 안타깝다. 우리는 귀인을 만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능동적으로 내 자신을 사유하는 것과 실행력이 뒷받침될 때 그 귀인과 본인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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