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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n 10. 2024

한국인이 외모에만 집착하는 이유

관상은 표정에서 나온다

링컨이 대통령일 때 링컨 보좌관으로 지인이 능력 있는 누군가를 천거했다.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로 불리던 사람이었다. 당연히 천거한 그 사람도, 천거를 받은 그 경제학자도 자신이 큰 이변이 없는 한 뽑힐 줄 알았다. 근데 결과는 탈락이었다. 우리나라도 장관을 뽑거나 대통령 임명직에 있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누군가를 뽑을 때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져야 그 자리를 꿰찰 수 있다. 링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 경제학자를 바로 탈락시켰다. 그 이유는 외모였다.

링컨 같은 훌륭한 대통령이 본인의 보좌관을 뽑는데 외모를 보고 탈락시킨다는 게 너무 웃기지 않은가? 근데 사실이다. 눈이 크고, 코가 오똑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잘생기고, 이쁜 기준의 외모가 아니라 링컨은 그 사람에게서 그늘이나 어두움을 봤다고 한다. 30대든 40대든 우리는 부모님의 유전자를 이어받아 이렇게 태어났기에 이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형수술을 제외하고 내가 열심히 노력한다고, 운동한다고 코가 오똑해지지 않고, 눈이 커지지 않는다. 근데 표정은 바꿀 수 있다. 어떤 누군가가 표정이 늘 어둡고,이상한 눈빛에, 부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면 그 누구도 가까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링컨은 그걸 본 거다.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뭔가 불길하고, 불안한 사람이 있다. 이 모든 에너지와 기운은 표정에서 나온다. 첫인상에서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표정관리만 잘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그 표정이란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모든 흔적을 대변하는 것이다. 나만의 삶을 살면 나만의 진짜 개성 있는 표정을 갖게 된다. 우리는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그걸 간파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아무리 잘생기고 이쁜 사람이라도 표정이 어둡고, 어떨 때 본인이 더 잘생기고, 더 이쁜지 전혀 알지 못하는사람이라면 아무리 오래 보고, 얘기를 나누어봤자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밝은 사람에게 밝은 와닿는 에너지를 느끼는 만큼 표정은 그 사람이 살아온 모든 것을 가장 짧은 시간 안에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도구다. 마음의 안정을 이루고, 기본이 갖추어져 있을 때 본연의 얼의 꼴을 우리는 얻을 수 있다. 타고난 관상이 아니고 내면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어울리는 내 얼의 꼴을 찾기 위한 과정은 내가 그동안 얼마나 편안한 상태를 심적으로 유지하고 있느냐, 스트레스가없느냐,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더더욱 자연스레 더 자주 웃게 되고, 잘생기고 못 생기고를 떠나서 더 알아가고 싶고,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출근길 지하철을 봐라. 온통 표정 없이 회색빛이다. 회사에서도 그렇다. 사회생활을 하면 특히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불미스러운 일을 더 많이 겪게 되므로, 처음에 입사하는 신입사원도 갈수록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러니 밝은 표정과 본인만의 표정을 만드는 사람이야말로 그 자체로 플러스요인이 되는 것이고, 본인만의 점수를 얻는 것이다. 실제 좋은 일도 그 사람에게 더 생긴다.


근데 한국사람들은 어떤가. 전 세계에서 가장 성형수술이 발달한 나라가 어디인가. 바로 한국이다. 매년 일본사람들, 중국사람들, 태평양 건너 미국인들도 의료관광을 하러 한국에 온다. 그만큼 외적인 기준 자체에 집착해서 그렇다. 전형적인 루키즘, 외모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있다. 못생긴 것보다 당연히 이쁘고 잘 생긴 게 좋다. 솔로지옥, 나는 솔로, 돌싱글즈 같은 연애프로그램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처음 시청자가 관심을 갖는 것은 무조건 얼굴이다. 거기 출연자도 대부분 잘 생기거나 이쁜 사람에게 더 많은 호감을 표시하는 편이다. 애초에 그냥 인기가 많다. 이상형은 사실상 그 이쁘거나 잘생긴 본체에 어느 부분에 더 내가 매력을 가지느냐의 차이다. 심지어 요즘은 아예 대놓고 외모에만 집착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외모나 몸매 관리를 한 사람이 못생기고 뚱뚱한 사람보다 자연스레 자기 관리를하고 성실하다고 판단해서다. 성격은 그다음문제다.

내 얼의 꼴을 만드는 데 눈을 째 쌍꺼풀 수술을 하고, 코수술을 하고, 보톡스를 맞고 나서야 본인의 얼굴이 완성된다는 착각에서 나온 기이한 현상이다. 성괴라고하는 게 단순히 눈도 고치고, 코도 고치고 많이 고쳐서 그런 것이 아니다. 고쳤는데 본인만의 표정과 얼굴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은 것이다.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매치되지 않은 얼굴. 그건 내 마음에 있는 표정을 찾지 못해서 그렇다. 결국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매사를 대하냐에 따라 나만의 표정이 조금씩 가꾸어지고 개성이 만들어진다.

당연히 잘생기거나 이쁘면 사진도 잘 나오고, 지나가도 사람들이 쳐다보고, 아무것도 안 해도 기회가 오고, 삶이 편안하다. 연애를 하든, 취업 면접을 보든, 하다못해 카페에서 알바를 하든 뭘 하든 플러스요인이 된다. 그 혹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분명 있을 테니까.

지인은 어릴 적부터 코가 매부리코여서 놀림을 많이 받았다. 대학교 1학년이 되자마자 코수술을 해서 자기 삶이 180도 달라졌다고 했다. 특히 수술 전과 수술 후의 모습을 직접 오랫동안 접한 나로서는 삶이 바뀔 수 있는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모태솔로였는데 최근에는 여자친구도 처음 생기고, 코 수술 500만 원 그 두 배, 아니 세배 이상의 값어치를 한다고 했다. 근데 최근 나이 30이 넘어 취업준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취업준비기간이 길어지자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얼굴에 우울함과 고독이 드러났다. 더 이상 잘 생겨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만나기만 하면 신세한탄, 불안정한 현재 자기 모습에 대한 비하발언과 동시에 연민과 동정은 거부하며 자존심만 채우기 바빴으니까. 그게 모든 표정에서 드러나는 순간 그 친구와 만남의 횟수를 조금씩 줄이게 되었다.


우리는 얼굴보다 본인만의 표정을 갖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아무리 잘생기고 이뻐도 표정하나로 그 사람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 행복한지, 다 드러나기 때문에 링컨의 이 선택도 사실상 이해가능하다. 얼굴이 잘생기고 이쁜 정도보다 표정이 본인의 개성과 수준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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