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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n 13. 2024

금요일 밤, 거리에 사람이 없다

불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금요일 교대 앞을 지나는데 사람이 없다. 3년 전 전 직장에서 이쪽을 지나칠 때면 불금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는데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오늘이 금요일이 아닌가? 하며 다시 핸드폰을 확인한다. 맞다.그럼 번화가에 왜 이렇게 사람이 줄었는지를 생각해 보자. 시간이 없어서? 코로나 이후 회식문화가 사라져서?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오른 물가에 부담이 가중됐다고 보면 될듯하다.

그리고는 4캔에 만 이천 원하는 맥주를 사서 집에서 저녁거리와 함께 홀짝인다. 삼천 원으로 맥주 한잔 마시는 건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꿀이 없다. 친구랑 술 한잔 하러 만나면 1차, 2차까지만 가도 최소 일인당 8~10만 원은 나온다. 술집 갔는데 술을 한잔만 마시진 않을 테니. 월급은 그대로고, 일자리는 계속 줄고, 이렇게라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다. 스테그플레이션을 넘어 디플레이션으로 가는 초입단계라 할 수 있다. 내 지인은 물 사 먹는 게 아까워 쿠팡주문을 중단하고 수돗물에 물까지 끓여마신다. 특히나 오늘 아침뉴스를 보니, 삼겹살이 1인분에 이제 2만 원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둘이서 3~4인분에 술 한잔만 해도

10만 원이라는 소리다. 금요일인데도 사람이 없는 게 이제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럼 우린 퇴근 후 술 한잔 못하는 이 재미없는 세상을 그냥 받아들이고만 있어야하나? 어떻게 이 문제를 개인이 해결해갈 수 있을까.

짠테크를 해야 한다. 이 각자도생의 시대에 이제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해야 한다. 이는 당연히 클리셰처럼 들릴 거다. 근데 너무 당연한 얘기라 어쩔 수 없다.

5천만 인구 중 이천 오백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직장인이다. 특히 직장인의 수입은 일정하게 정해져 있고, 승진을 한다고 해도 천장이 있기 때문에 수입을 늘리는 것보다 소비를 줄이는 게 재테크에 있어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내 첫 책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요즘같이불장인 미국 나스닥을 하든, 미국 ETF를 하든 부동산을 하든 결국은 소비를 줄이는 게 베이스로 깔려야 나중에 돈으로 고통받지 않을 수 있다는 거다. 노는 것 안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다 술 한잔하고 싶지. 근데저 사람들도 그걸 참고 있으니 금요일 밤인데도 번화가에 사람이 없는 거다. 불황을 보려면 장사가 안 되는 걸 보지 말고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먼저 보면 된다. 대형마트에 가서 세일코너에 아주머니들이 몰려있으면, 복권 줄에 복권을 사려 줄이 길다면 그게 불황인 거다. 미국 지수를 추종하는 나스닥, S&P500 ETF는 늘 우상향이고 앞으로도 100% 그럴 거다. 단, 전제는 미국만 잘 사는 거다. 착각하면 안 된다.

사람들 사이에 정도 없고, 지하철을 타든 대중교통을 타든 짜증 섞인 얼굴들만 가득하다. 카카오톡에 친구의 생일 알림이 오면 선물을 보내던 것도 이제는 매일 다수를 챙겨주기도 부담스러워 어느 순간 암묵적으로 안 주고 안 받는다. 가정이나, 개인이나, 회사나 이젠 새로운 걸 돈 들여서 하기보다 기존에 있는 자원을 활용하기에 급급하다. 사회구성원과의 신뢰는 떨어지고 갈등은 점점 높아짐을 체감한다.

청년들만 국한해서 얘기하자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2016년부터 계속 마이너스인데이는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의 실질적 가치가 줄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지금 청년은 정해진 소득대비 자산가격이 너무 올라 한순간에 벼락거지가 돼서 부를축적할 기회조차 없다. 근데 기성세대는 부동산이나 자산가격이 당시 올랐지만 월급도 함께 올랐기 때문에적어도 희망이란 게 존재했다. 부모세대보다 더 좋은 기업, 직업, 더 많은 월급을 받아도 우리 엄마 아빠처럼살 수 없다는 거다. 훨씬 삶의 질이 떨어진다.


요즘 뉴스를 보면 지방소멸에, 출산율감소에, 물가 상승에, 좋은 소식이 단 하나도 없다. 유럽처럼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인구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인공지능이나 AI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서 모든 산업부문의 생산력을 향상하면 상관없겠지만 아직 그것도 시기상조다.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규모의 경제 탄력성을 점점 잃어갈 것이고, 결국은 원화가치가 폭락해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 꼴 날지 모른다. 사회인프라는 자꾸 감소해서 범죄율도 증가할거고, 의료비 지출도 막대해질지 모른다. 금투세 이슈논란처럼 세금은 더 뜯길 것이고, 중간이 없는 계층간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다. 내 예측이 제발 빗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구는 어디 투자해라, 어디 저축해라, 이 상품 저 상품에 가입해라 뭘 자꾸 하라고 하는데그걸 할 돈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

세계에서 인터넷이 가장 빠른 편리한 사회에 살고 있다고 전 세계는 모두 부러워한다. 세계를 선도하는 K문화에 모두가 열광한다. 근데 이 편리함 속에 우리는 편안함을 잃어버렸다. 서로가 먹고살기 팍팍하니, 어떻게든 남을 밟고 이겨야 내 것을 플러스가 아닌 유지라도 할 수 있는 사회랄까.

근데 저축. 저축, 계속 강조해서 사람들이 다 저축했다 치자. 그럼 시중에 돈이 안 돌아 경제가 더 위축돼서 진짜 디플레이션에 빠진다. 양적완화를 통해 다시 시중에 돈을 풀어야만이 경제가 다시 복구된다. 돈 있는 누군가는 어쨌거나 돈을 계속 써줘야 이 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거다. 자영업자가 예를 들어 고깃집을 하는데 개인 손님이 지갑을 닫고 방문 안 해도 한 회사에서 50명이 한 번에 회식을 한다면 그 자영업자는 손님들이 오든 말든 돈은 더 버는 꼴이니까 상관없는 거다.

단순히 소비습관을 조정하는 걸 넘어 나는 불황에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개인의 삶의 태도가 바뀌었으면 한다. 다양한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사람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나는 경영학과니까 경영학도로써 한 기업의 사무직에서 몇십 년이나 일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다양한 문을 빠르게 두드려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러면 실업률도 줄 거고, 이 사회에서 한 개인이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생산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믿는다. 사회에 잉여인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은둔 고립형 청년이 대한민국에만 57만 명이다. 사회적으로는 평균 7조 손실이다. 이들이 다 직장을 가지고 일을 한다면 개인으로써도 돈을 벌어 좋고 사회 전체를 봤을 때도 바람직하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본인이 잘하고 관심 있는 분야가무조건 하나씩은 있다. 그걸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양하게 시도하고 도전해 보면서 빨리 여러 분야에 발을 담가보는 습관을 들여야 내 하루가 바뀌고 한 달이 바뀌고 일 년이 바뀐다는 생각을 한다. 하나만 쫓고 모든 걸 거는 포커 플레이어나 도박꾼, 코인, 주식 투기꾼들은 그것이 폭락하거나 잘못됐을 때 절망과 좌절하기마련이다. 왜냐고? 동아줄이 그거 하나뿐이거든. 그걸 이 사회에 비유해 보자. 내 직업, 내 사업, 내 직장 하나에만 목숨 거는 사람들은 다양하게 문을 두드려 다양한 수입원이 있는 사람들보다 대체로 불행하다. 그 하나로 성공을 했다 하더라도 신분의 안정성이 100%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불행하다. 내 발전으로 보나, 사회로 보나, 경제적으로 보나 어쨌거나 무언가 새롭게 계속 시행착오를 겪는 사람들이 이 불황 속에서 결국은 살아남는다.

직장인이나 공무원이 한 개인에게는 안정적이고 좋은 직업이지만 결국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혁신적인 무언가를 내놓는 사람들이다. 신문 1면을 매일 장식하는 사람들 젠슨황이나, 일론머스크 같은 사람들. 그래서 한창 5~6년 전 한국에 공무원 시험 열풍이 불 때에 이 나라는 답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자체를 비하한 것이 아니란 것은 모두가 알 것이다. 나중에 또 경제가 살아나면 이런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그냥 하나의 사이클일 뿐이라고? 사이클이 있는 건 그 국가의 경제규모가 유지될때의 얘기다. 한국은 해당사항이 없다.

단순히 사람들이 돈을 안 쓴다, 장사가 안된다, 월급이 안 오른다고 이 사회를 논하기 전에, 한 사회에 속한 개인으로서 본인이 이 불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시간도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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