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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n 18. 2024

오늘도 (또) 시간 없는 이들에게

Kill your darlings, 익숙한 걸 죽여라

현대인은 시간이 없다. 맨날 없다. 시간이 없는 것에 얼마나 쉽게 이유를 만들고 합리를 씌워 결과를 만들어 내는가. 고생 많다.

바쁜 현대인에게 하루에 주어진 자유시간이 있다면 평균 2~3시간 남짓일 것이다.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을 하거나 숭고한 신념은 집에 고이 모셔두고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을 한다면 더더욱 말이다. 이 두세 시간 남짓을 어떤 이들은 생산적으로 보내기 위해 운동이나 공부를 할 것이고, 누군가는 낮잠을 자거나 소파에 누워 쉰다. 그 어느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볼 수 없다. 각자의 온전한 '자유'시간이기 때문에 그 시간에 내가 행복한 무언가를 한다면 그걸로 하루는 족히 생산적이게보낸 것이다. 거울을 봤는데 뚱뚱한 모습이 싫어 그 시간을 운동으로 보내는 사람은 그 자체로 생산적이고, 그 자유시간만을 위해 하루를 견디는 자산형 행복을 가진 사람도 그 자체로 생산적인 삶이다.

다만, 본인의 현재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그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개 이 어영부영 보내는 시간을 스트레스 해소용 ‘킬링타임’으로 우리는 합리화한다.


킬링타임의 정확한 뜻은 직역하면 ‘시간을 그냥 죽이는(없애버리는) 것’이다. 불합리한 방법으로 시간을 죽인다고 사전에는 쓰여 있으나, 불합리하다기보다는 앞서 설명한 것과 반대로 생산성 없는 무언가 즉, 양질의 결과를 낼 수 없는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처럼 무료할 때 각자가 시간을 소비하는 방법이 모두 다르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인터넷 시대에서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플랫폼으로 별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상들이 중요한 ‘킬링타임 콘텐츠’다.


시간은 인생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다.

자, 우리가 얼마나 이 킬링타임을 쉽게 생각하고 살아왔는지 한번 보자. 보통 이들 중 대장은 넷플릭스인데, 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을 다 보면 시간을 죽인다는 아주정확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럼 잘 생각해 봐,모두가 영화같이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럼 두 시간만 살건가? 아니다. 이젠 현실로 와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죽일 시간이 없다. 지금도 계속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시간을 이제는 잡아야 한다.


올해 1월 1일, 처갓집에서 매년 하는 가요대전을 보며 따뜻한 이불속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을 했다. 오늘은 6월 18일이다. 시간이 화살처럼 날아와 꽂혔다. 진짜 엊그제 같은데. 이때까지 시간을 많이 죽여서 뿌듯한 생각이 드는가 아니면 뭔가 허무한 생각이 드는가?

99%가 후자일 것이다. ‘난 그동안 뭐 했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자리한다.

뉴스나 신문, 각종 미디어에서 올여름이 여태껏 경험한 여름 중 가장 더울 것이라 한다. 이 무더운 여름의 온도는 아마 매년 갱신될 거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여름이 앞으로 내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다. 이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이 킬링타임은 우리를 한없이 갉아먹고 있다.

10대 때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았는데, 20대, 30대를 거치니 체감이 다르다. 매년 체감상 가장 빠른 날들을 맞이 중이다. 20살 때의 1년과 30살 때의 1년은

천지차이듯, 30대인 지금 40대가 돼서 그때가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결국 시간을 잘 써야 한다.  똑같이 누구나 24시간이 주어지는데 누군 40대가 돼서 번듯하게 살면서 동창회에 나가 자랑을 하고, 누구는 본인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가난한 인생을 산다. 이 차이는 결국 노력도, 돈도, 재력도, 집안도 아닌 시간을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있다. 시간에 따라 눈 깜짝할 사이 인생의 크기가 손도 못 댈 만큼 많이 벌어져 있는 것이다.


어제 한강을 거닐면서 장인어른과 많은 대화를 했다.

30대를 물으니,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신다. 그러고는 본인은 38세에서 42세까지가 가장 행복했었다고 하신다. 재력도 있고,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며 그게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셨다고.

인생을 위에서 줌아웃으로 올려다보면 지금 33살의 행복보다 더 큰 행복도 살다 보면 찾아올 거다. 그만큼 힘든 일도 많아 어쩌면 총합은 같겠지만. 어쨌거나 지금을 시간을 쪼개고 쪼개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아야 더 행복한 38세, 40세를 맞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걸 일찍 알아차린 20대는 삶을 바라보는 자세부터 다르다. 최근 대학생 프로그램 기획을 한 적이 있는데 이때 느낀 건 100명, 200명 모으기도 요즘은 힘들다는 거다. 각자의 목표와 스케줄이 있기에 경제적 효익이나 어떤 분명한 본인의 목적성과 부합하지 않고서야학생들은 행사에 오지 않는다.

미국 인턴 프로그램 동문회에서 취업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도 그렇다. 당연히 최소 50명은 올 줄 알고 예산계획을 짰는데 결국 20명도 채 채우지 못했다. 그만큼 이들 모두 본인이 원하는 것에만 시간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생 때만 하더라도 단대 체육대회 하나 해도

200명은 거뜬히 왔었는데 천지차이다. 물론 출산율 감소나 코로나의 영향으로 더 이상 대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이유도 있겠다.

즉, 이제는 한 시간 강의를 해도 강의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서로 모두에게 실질적 효익이 있어야만 그 강의에 사람이 몰린다는 거다. 강사도 구하기 쉽지 않고, 수강생도 똑같다.


그럼 이제 태도 면에서 한번 보자. 시간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여유롭게 시간을 쓰는 사람이 있고, 시간에 쫓기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다. 과제나 업무나 회사이력서나 모든 걸 마감일 몇 분 남기고 하는 사람들. 늘 마감일에 맞춰 무언가를 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실제 그렇게 일을 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본인은 그게 더 집중도 잘되고 생산성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한다지만.

반대로 해야 할 것을 미리 해놓고 시간을 여유롭게 쓰는 사람도 있고 시간을 대하는 태도 자체는 사람마다 다르나, 한 가지 확실한 공통점은 시간 자체가 더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란 것. 번개모임처럼 충동스럽게 무언가를 하는 날들은 점점 줄어들 것이고, 세상 모든 것이 시간에 따라 전부 변할 것이라 나는 믿는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도, 일론머스크도 화성에는 갈 수 있을지언정 남들보다 하루에 몇 시간 더 쓸 수는 없을 테니.


과거에는 주말에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킬링타임으로 영화도 보고, 콘서트도 가고, 무언가를 꼭 해야만 하는 강박이 있었다.

이제는 세이빙타임이 각광받을 것이다.


더 쪼개서, 더 아끼고 더 흐르지 않게 움켜쥐어야 한다는 거다. 금요일 저녁에 스트레스 해소라고 자위하며 먹었던 술 때문에 다음날 자연스레 늦게 오전 10시 넘어 일어나, 빠르게 주말이 흐른다는 체감 자체가 너무 아까웠던 적이 있다. 직장인은 공감할 것이다. 하루 일당 20만 원, 아니 20만 원이 뭐야. 내 지인은 50만 원을 받아도 주말을 반납할 자신이 없다고 한다.

킬링타임 같은 자극적인 쾌감도 좋지만 그와 반대되는것도 이젠 있어야 한다. 소비하고 써오고, 버리고, 해왔던걸 이젠 지킬 때다.

<Kill Your Darlings>이라는 영화를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직역하면, '너의 달링을 죽여라' 이 말의 본래 영화 안에서의 뜻은, 글을 쓸 때 사적인 감정을 아예 죽이고 형식에 맞춰 글 쓰라는 말이다.

<Kill your darlings>의 영화처럼, Killing time이 아니라 이젠 익숙한 것을 죽여야 한다. 죽일 건 따로 있었다. 그래야 내가 지키고 싶은 게 남는다. 망설임, 두려움, 나태함, 방만 다 죽이고 이젠 목표에 집중하자.

그게 Best work고 Best life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하자. 지금 우리가 사는 이 게임은 결국 시간을 많이 가진 사람이 승리하도록 짜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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