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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n 28. 2024

아, 오늘도 잘 참았다.

그냥 행복하게 살려고

친구가 요즘 뭐 재미난 거 없냐고, 대리만족 좀 하자고 카톡이 온다. 본인 삶이 바쁘니 주변이 궁금한 것이다. 요즘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그래서 더 가십을 쫓게 된다. 바빠서 서로 전화 한 통, 카톡하나 하기도 망설여진다. 그 와중에 타인의 삶에 조금이라도 참견하면 오지랖이 되고, 덜 하면 또 그대로 투덜거림이 된다. 이렇게 각자의 삶은 점점 더 개인화되어 간다.


이제 곧 7월이다. 일 년 중 반이 날아갔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 늘 아쉬움 가득한 요즘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 스스로 재미를 느꼈던 게 뭐였는지를 떠올려본다.

시간은 흐르는데 그 시간이 만약 도무지 재미있지도, 멋있지도, 삶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면 어쨌거나 우리는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흘러가는 시간 그저 재밌게 사는 게 본전이라도 찾는 것이다.

이 생각의 근원을 따라가 보면 불가피한 무언가를 생각하면서였다. 우린 대개 이 재미없는 현실에 큰 당위성을 부여한다. 하나의 직업을 갖고 봉급을 받는 ‘프로’가 일하는 시간마저 재미있어야 한다고 한다면 그건 과한 욕심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다 그렇게 살고,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고 모순 투성이라고.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면서 자연스레 그냥 이렇게 되는 것이라 규정한다.

한국인이 10명 있다면 그 10명 중 9명은 이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고통을 참아야만이, 인내해야만이 상응하는 대가가 있으며 그냥 참는 게 어른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이라 암시하며 산다.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의 무게와는 또 다른 별개의 영역이다. 그 책임감과 희생은 숭고하나 인내 그 자체로 고유명사처럼 한국인에게 그렇게 굳어진 것이 아쉬운 거다.


나는 이 문제를 두고 당위성이라는 개념보다 그 자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직장에서의 마찰, 관계에서의 상처, 위선과 불공평함, 경쟁에서의 패배, 분노와 오해, 반목과 질투 이 모든 건 투박하고 정직히 표현하자면 그냥 X같은거다. 그냥 똥 같은 것. 더 이상 겪고 싶지 않은 것. 당연히 참는게 아닌 것이다.

알다시피 본인이 살고 있는 울타리가 삶의 전부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미세한 영역이다. 밖에는 행복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이들이 너무 많다. 그럴 경제력이 지금 안된다고 하면 최소한 우리는 단순하고 명쾌하고 정직하게 이 불공평함에 분노하며 적어도 행복하게는 살아야 한다.

그러면 일상을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이 명제에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요즘 삶에서 행복하기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소소한 일상에 만족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한다. 과거 소확행이 한번 크게 유행한 적이 있는데, 이개념에 빗대어 조금 더 확장해서 얘기하자면 내가 삶에서 유희를 느끼는 게 확실하고, 이를 헤치는 외적변수를 최대한 절제하는 능력이다. 남는 시간을 내 유희에 집중하는 수행력과 시간을 소비할 때(킬링타임) 본인만의 리밋을 정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이 본인의 능력을 인정받는 시대가 곧 도래한다고 본다. 하루를 살아도 절대 손해보지 않는 삶이다.

예를 들어, 내가 청소를 좋아한다고 하자. 집 청소를 하는데 온전한 행복을 느끼는 거다. 나만의 방식대로 청소를 하면서 인테리어도 고민해 보고, 다이소에 가서 청소용구를 쇼핑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면 그건 다른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본인만의 능력이 되는 거다. 꼭 테니스나 골프처럼 돈이 많이 들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걸 해야 하는 게 아니다. 사소하게 보일지라도, 돈이 별로 안 들어도 청소하나를 하면서 본인만의 노하우를 블로그에 올려도 보고, 영상을 찍어도 보면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될 수도 있는 거고, 무한대로 영역확장이 가능하다. 제 3자가 보면 ‘청소 잘하는 사람’ 그이상 이하도 아닌데 말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도 똑같다. 단순히 사유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지식 습득을 넘어 본인의 능력이 된다. 특히나 요즘같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서는 더더욱.

책 리뷰를 할 수도 있고, 서평단을 할 수도 있고, 나만의 독서법을 소개할 수도 있고, 책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책의 요점만 집어 팟캐스트를 할 수도 있다. 이것도 멀리서 보면 그저 취미가 독서인 사람에 비치겠지만 이게 곧 남들과 차별화가 되는 것이다. 이 전부를 안 한다 해도 하다못해 집에서 책 읽는 나만의 아늑한 공간은 만들어질 거잖아. 그 자체로 그에겐 평범한 일상에서 큰 행복이다.

근데 여기서 자신만의 리밋까지 정한다면? 나만의 취향, 독서나 청소, 달리기, 좋아하는 무언가에 빠지며 유희를 찾으면서도 뇌가 바라는 건 사실 따로 있다. 도파민.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본다던가, 쇼츠를 본다던가, 넷플릭스를 본다던가, 술을 마신다던가, 배달음식을 시킨다던가, 게임에 중독된다거나. 그걸 좋아하고 잘한다고 했을 때 전혀 경쟁력이 될 수 없는 것들. 그냥 누구나 다 좋아하는 것들. 그런 것에 바운더리와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하루에 한 시간만 하고, 한 달에 몇 번만 배달음식 먹고. 이 절제가 나만의 유희를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시간과 힘을 준다.


퇴근하고 하루종일 밥도 안 먹고 누워서 폰만 보다 잠드는 사람이 있다. TV만 무한정 보는 사람이 있다.

1년에 운동 한번 안 하는 사람이 있다. 새해계획을 하나도 못 달성한 사람이 있다. 매일 아침 후회 속에서 깨어나 무기력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만 해도 그 능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이제 도래했다.


어떤 소소한 것에 유희를 갖고 의미 있게 하루를 보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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