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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Sep 26. 2024

죽어라 열심히 살 필요 없는 이유

불행을 이기는 마음가짐

친구가 잘 되는 것이 없다며 한숨을 쉰다. 세무사 2차 시험에서 과락했단다. 그래서 함께 아는 지인 결혼식도 오지 않았다. 또 다른 친구는 오늘 이직에 실패했다.그리고는 올해는 너무 힘들어 되는 일이 없다고 얘기한다. 근데 나는 확신한다. 시간이 지나 또 그들을 보면그들은 또다시 그들의 미래를 위해 재밌게 본인 일에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이다. 잘 풀리면 웃음 지으며 겨울에 찬바람 맞으면서 소주 한잔 할 거고, 또 안되면 안되는 대로 서로 그렇게 한탄하다가 다시 내년을 기약할 거고.


잘 되든 안 되든 인생 전체를 줌아웃으로 거시적으로 접근해 봤을 땐 하루하루 주어지는 일들은 결국 그저 하나의 점과 같다. 세무사를 준비하는 이 친구는 6년 동안 약사를 준비하다 약사 입학 규정이 바뀌어 세무사에 뛰어든 거였다. 고작 갈아탄 지 2년밖에 안 됐는데 약사준비생 때 어떻게 공부했는지 잘 기억도 안 난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이 친구는 또 아예 다른 일을 하면서 살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랬던 적이 있다. 20대 후반, 가고 싶었던 회사를 2,3년 동안 죽어라 준비했다. 이 모든 계획은 군대를 전역하면서 일 년 일 년 모두 체계적으로 짜인 내 20대의 계획이었다. 멕시코를 다녀온 것도, 미국을 다녀온 것도 결국 이 회사만을 들어가기 위한 플랜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하루종일 그 회사 입사 시험준비만 하면서 보냈다. 노력의 부족인지, 운의 부족인지 타이밍이 안 맞았는지는 몰라도 현재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


그 당시 잘 되는 게 없다는 건 뭐냐 결국. 내가 원했던 무언가가 안 채워졌다는 뜻이다. 기대의 불만족에 따른 결핍인데 애초에 이게 어떻게 안 괴로울 수 있겠나. 기대가 커지면 괴로움을 스스로 자처하는 것이다. 약사가 되고 싶은 기대가 10이었는데, 실제로 약사가 안 되니까 그 괴로움이 두 배 20이 되는 것이고, 세무사에대한 기대도 마찬가지였는데 과락을 하니 세상이 그렇게 처참하고 어둡게 보이는 것이다.


꿈 자체를 가지지 말라는 게 아니라, 좌절하기엔 우리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어차피 무조건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라는 게 죽도록 괴로웠던 일들도 미화되어 좋았던 것들만 남아 추억으로 남고 경험으로 치환된다. 죽도록 힘든 일도 그로 인해 본인에게 어떤 가르침과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는지를 우린 먼저 생각한다. 어떻게든 앞으로 잘 살아야 하니까 당연한 거다.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밖에 생각할수밖에 없는 게 사람본능이다. 그래서 그냥 좌절하는 순간엔 쉽게 말해 편안하게 마음먹으면 된다. 그렇다고 안 죽는다. 고통이 있어야만 성장이 있다고? 고진감래라고? 솔직히 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안 고통스러워도 좋은 일 얼마든지 오고, 오히려 편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도 더 잘 풀린다.

영화나 만화에 나오는 동네바보나 개그프로그램 같은 데 바보 역할을 하는 개그맨들 봐라. 바보스러운 면이 있을지 몰라도, 굉장히 행복해 보인다. 스트레스 하나 없어 보인다. 순간 내게 처해진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결과를 다 떠나 최선만 다하면 된다. 어차피 운과 타이밍이 거의 모든 걸 결정한다.


나는 이 세상 모든 잘하는 이들을 존경한다. 모두가 똑같은 심정이겠지만 흑백요리사에 나오는 요리사들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다. 외국어를 능수능란하게 말하고 다니는 이들이 매력 있어 보인다. 글을 잘 쓰는 유명한 작가들이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같이 여겨지며,  

TV에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맨들이 비범해 보이기까지 한다. 세상엔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 각자의 인생은 그 자체로 숭고한데 그럼 왜 새삼 이 많은 이들을 부러워하고 높이 평가하느냐. 지난 아마추어의 기나긴 시절을 어떻게든 견뎌서 결국 저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근데 그 자리까지 가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어차피 목표를 향해 가는 인생, 고통 속에서 이 악물고 독기 있게 가는 게 편하겠나, 매 순간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되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가는 게 낫겠나. 세상을 아우르는 진리는 그 어떤 분야든 잘하는 사람 위에 미쳐있는 사람 있고 미쳐있는 사람 위에 즐기는 사람 있다는 것. 결국은 누가 이길까? 당연히 후자다. 이 세상은 독기 있게 그리고 절박하게 죽을 둥살 둥 한다고 알아주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잃는 것이 분명히 있다. 더 중요한 걸 놓칠 수밖에 없다. 근데 그렇게 했는데 그 목표마저 이루지 못한다면? 끝은 허무와 공허뿐일 것이다. 적절한 운과 긍정적인 마음가짐, 꾸준히 그 즐거운걸 계속해나가는 지속가능성. 결국 이 세 개만이 모든 미래를 결정한다고 믿는다.

처음엔 뭐든 잘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의기소침했다. 근데 지금은 전혀 없다. 내 일을 즐기며 나도 언젠가 저렇게 같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다.


내가 앞서 소개한 친구들을 곁에 두는 이유는 시험에 떨어졌다고, 이직에 실패했다고 본인을 비관하는 게 아니라 현재 벌어진 일에는 슬퍼할지라도 다시 현실을받아들이고 본인이 주어진 것을 즐기면서 하기에 그렇다. 나는 언젠가 어떻게든 저런 사람에게 운도 기회도 결국 따른다고 본다.


이 글을 보는 모두가 절대 작아지지 말고 비관하지 말고 낮추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에만 매몰되지 않길 바란다. 즐기면서 하는 게 더 빠르게 갈 수도 있다.  아니면 느리게 본인은 가고 있는데 그게 준비운동이라 혼자 생각한 건 아닐까. 다른 관점에서 애초에 생각해 봐라. 우린 벌써 시작한 거다. 긍정 속에서 작은 것 하나라도 즐기며 앞으로 겪을 찬란한 긴장을 느껴보자.


우린 이미 출발해서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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