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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도저히 못 해먹겠다

진상고객 퇴치법

by 홍그리

친구가 푸념을 한다. 친구는 프랜차이즈 자영업을 하는데 요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며, 월급 받는 월급쟁이가 훨씬 마음이 편하다며 부러워한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프랜차이즈는 대중들에게 인지도와 로열티가 있어 최소한의 마진도 나오겠다, 인테리어나 메뉴도 다 통일시켜 정해주겠다, 광고 알아서 다 때려주겠다, 큰 걱정 없겠다 생각한 것 자체가 안일했던 걸까.


먼저 소득을 얘기한다. 사업 특성상 한 계절에만 바짝 벌어 일 년 장사를 하는데, 과거와 달리 경쟁업체가 많이 생겨 남는 게 없다. 포화상태를 넘어 초포화상태란다. 40평 남짓 되는 곳이 인건비, 재료비, 전기세, 알바한 명을 둔다 쳐도 월 매출이 2천만 원 이상은 돼야 간신히 굴러간다고 하니 도저히 남는 게 없다. 직장인은 일이 많은 날이든, 적은 날이든 어쨌거나 따박따박 월급이라도 나오지, 만약 손님이 안 오면? 이번 연휴처럼이렇게 긴 대목에 손님이 반 이상 줄었는데 어떻게 살아가냐는 거다. 앞으로 손님이 더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으니 그야말로 돈을 버는 게 아닌 ‘생존’의 영역이다.

20년 전에야 자영업 현금장사해서 아들딸 대학 보내고, 돈 좀 만졌다 하지만 현재는 직장인이랑 비교자체가 안 된다고 한다. 왜 부모님들이 공부 열심히 해서 대기업가라고 그렇게 말하는 게 이제야 이해 간다고.

특히 이번에 SK하이닉스 성과급 오천만 원 나온 것 보고 장사하는 데 현타가 세게 온다며 연거푸 술을 마신다.


다음은 진상손님이다. 매출은 그렇다 쳐도 어떻게든 몸을 갈아 넣으면 살아지긴 한다. 그런데 진상손님은 한번 만나면 정신적 스트레스로 아예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는다고. 하루에 꼭 한 명 이상은 있단다. 현재 좋은 동네에서 장사하는 게 아니라서 과거 장사 할 때보다 진상손님이 훨씬 많단다. 여기에 나 또한 격하게 동의했던 것이, 대개 이 진상손님들은 부류는 아주 높은 확률로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다.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애초에 열등감이 가득하다. 본인이 더 이상 위로 계층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남을 끌어내리려고 한다. 장사 잘하고 있는 본인이 꼴 사나워 보이기 때문에,돈을 지불하는 손님이 왕이라는 권리를 악용한다. 욕을 하거나, 선을 넘는 행동을 함으로써 남을 끌어내려 본인 발 밑에 두는 걸로 쾌감을 느낀다. 근데 이게 한두번이면 모르는데, 친구는 이틀에 한 번씩, 많으면 하루에도 몇 명씩 이런 사람을 겪는다는 것에 너무 힘들어한다. 다시 볼 필요도 없고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회사에서의 직장상사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아래는 친구가 실제 겪은 진상고객의 예시다.


1) (본인이 사장인데) 사장같이 행동하지 마라고 건방지다고 매장에 전화 옴. 30분 동안 실랑이를 벌임. 어떻게 해드릴까요?라는 물음 자체도 기분 나쁘다고 금전적 보상을 바람.

2) 포스터 사진과 다르다고 2/3나 다 드셨는데도 환불해 달라고 함.

3) 맛있게 먹고 나갈 때 인사 안 했다고 다시 돌아와서 욕하고 시비 검.

4) 특정 메뉴의 재료가 다 떨어져 주문 불가하다고 하면 욕하면서 벌점 테러함.

5) 디저트 가겐데 막걸리 싸들고 와서 구석에서 술 마심.


수도 없이 많지만 아주 일부의 예시다. 친구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한다.

이걸 계속하는 게 맞는 걸까?


남들도 다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게 맞겠지라고 묻는다.

나는 그 순간 직업에 대한 생각을 짧게 했다.

직업은 두 분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일. 직업 자체를 ATM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다. 대개 대한민국의 90%가 넘는 직장인이 이렇게 살고 있다. 이건 나쁘거나 부족한 것이 절대 아니다. 당연한 거다. 본인이나 본인 가족이 오너가 아닌 이상 당연히 출근해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 것이 아니거든. 그냥 그 돈으로 돈 벌고, 재테크하고, 결혼하고, 자녀 낳아 기르고 사는 것이다. 삶의 버팀목이 돼주는 오히려 회사는 고마운 존재다. 자, 그러면 이회사는 우리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매월 돈을 주는 고마운 존재일까를 생각해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일을 시킨다. 일을 시키는 대가로 돈을 준다. 그 일은 대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일이다. 지루하고, 힘들고, 실수해서는 안되고, 정확해야 하며 돈을 매해 더 벌어들이도록 수단과 방법을 고심해야 한다. 영업이익이 나야 우리한테도 월급을 줄 수 있으니. 아니면 권고사직을 당하거나 잘린다. 즉, 공짜로 이 일을 시킨다고 했을 때 자원해서 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이 말이다. 일부 대기업이나 메이저 회사에서는 그게 경험이 될 수도 있으니 지원하는 누군가도 있겠지. 근데 그들도 결국은 그 공짜로 일해주는 경험 자체를 나중에 다른 회사에 지원할 때 활용하고자 하는 수단일 뿐이다. 아무도 하기 싫어하는 일을 대신해 달라고 그만큼 돈을주는 것. 그래서 이 세상에 쉬운 건 단 하나도 없다.


또 다른 부류가 있다. 바로 자아실현. 덕업일치. 내가 좋아하는 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이다. 나머지 10%의 부류다. 10%도 아주 넉넉히 많이 잡아 이 정도다.이들은 대개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천부적인 재능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아니면 운이 아주 좋거나, 미치도록 성실하거나. 나머지 90%의 사람들은 모두 이들을 부러워한다. 예를 들어보자.

가수 성시경이 방송 촬영 도중, 피디로부터 한 질문을 받았다.

“아, 연예인들은 너무 좋겠어요. 맨날 좋은 데서 맛있는 거 먹고 웃고 떠들면서 돈 버니까 “

그러자 성시경이 대답했다.

“네, 진짜 너무 좋아요. 천직인 것 같아, 부러워해도 돼”

얼마나 솔직한 답변인가. 연예인은 편하고 좋은 직업이다. 질문 그대로 티비에 나와 웃고 떠들어도 돈 많이 버니까. 근데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늘 간과한다. 그 자리까지 그들이 그냥 갔을까? 그게 좋은 걸 알면 모두가 하고 싶어 하겠지. 근데 모두 다 못한다. 왜? 경쟁이 아주 치열하거든. 그 자리까지 가는 건 일반 직장인이 회사에 입사하는 것보다 10배, 아니 100배는 더 힘들다. 대학로 가서 이만 원짜리 연극하나 만 봐봐라. 잘하는 사람 널리고 널렸다. 그 자리까지 가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그 무한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이기에 그 정도 누릴 가치가 있다.

자, 근데 이런 사람들도 고충이 있다.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으니 좋아했던 게 싫어진 케이스다. 가수 아이유도 노래가 좋아 시작했는데 노래를 업으로 삼으니 더 이상 노래를 부르기 싫다고 한 적이 있다. 언제 한 번은 다 놓아버리고 싶다고 했다. 가뜩이나 이 10%의 사람들도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10% 안에 들기 전까지 결국 90%의 사람들은 견디고 버텨야 하는 것. 그래서 자영업이든 직장인이든 종류만 다를 뿐이지, 90%에서는 누구나 돈을 버는 데 있어 희로애락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여긴다.


근데 돈을 버는 데 모두가 겪는 스트레스 중에서도 레벨이 있다. 내게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을 꼽으라면 노가다도 아니고, 고난도 전문기술을 요구하는 직업도 아니고, 사람 생명이 오가는 응급상황을 다루는 직종도 아니다. 바로 사람을 대하는 서비스 직종이다. 텔레 마케터라던가, 승무원이라던가, 음식점 사장님, 은행 창구직원, 동사무소 민원응대 공무원 등. 이 일이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장 극심하다고 생각한다. 자영업과 회사생활이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회사생활에서 일의 양이 너무 많거나 혹은 난이도가 너무 높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면 해결책이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본인만의 노하우를 터득하거나, 퇴근 후 공부, 자기계발하면 된다. 근데 상사와의 관계나, 사람문제로 감정적으로 힘들다면 명확한해결책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사람의 마음을 산다는 건 이렇게나 어렵다. 나 혼자 착하다고 될 문제도 아니다. 그래도 진상고객은 늘 온다. 나는 친구에게 얘기했다. 정답은 없지만 조금 더 나은 방법은 있다고. 친구관계나 연인이나 가족이나, 손님을 대할 때 상대의 요구를 100% 들어준다 생각하고 대화를 해보라고. 그럼 좀 낫다. 사람은 늘 본인 위주이기 때문에 대화에서도 똑같다. 상대의 말을 들어주기보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우선이 된다. 그걸 선을 넘지않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맞춰주라는 거다. 그럼 상대는 나와 어떤 관계든 본인의 욕구가 일단 채워진 상황이라 판단해 내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가 생긴다. 그러면 대화에서 틈이 생겨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원만해진다.


이 세상에 돈을 벌기 위한 모든 일은 힘들다고 술잔을 부딪히며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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