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절대 안 바뀜

26주 차: 노력

by 홍그리

한 사람의 근본적인 정서는 대체로 어릴 때 만들어진다. 후천적 환경이 중요하다고 하나, 애초에 성격이 활발한데 교육이나 환경을 준다고 소극적으로 바뀔 일 없고, 태권도학원을 보내고 춤과 노래를 시킨다 해서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가 활발하게 바뀔 리 없다. 어떤 상황에서 예외는 있을 수 있으나 굉장히 드물다.

아이가 가진 그 근본적인 기질자체는 부모의 유전이 됐든 선천적으로 만들어졌든 그냥 어쨌거나 타고나는 거다.

요즘 한국부모들은 자녀를 영어유치원을 보내고 5세 고시, 7세 고세니 하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끝내고 학원뺑뺑이 돌리게 하는 것도 사실은 아이의 선천적인 기질을 어떻게든 돈으로 바꾸고자 하는 욕심일 뿐이다.

갓난아이의 머리모양을 이쁘고 균형 있게 잡고자 애기때부터 특수모자를 쓰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 육아를 어떻게 한다 해서 한 사람의 정서, 기질, 외형 모든 걸 부모가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어쩌면 부모의 과몰입 혹은 자의식 과잉일지 모른다.


자, 그럼 본연의 기질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 상호 간 의사소통이 잘 안 되니 무엇을 좋아하는지 부모가 알아채야 하는데 가능한그러려면 많은 경험을 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축구를 시켜보기도 하고, 그림을 그려보기도,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여행을 하면서 이 아이가 어떤 것에 조금 더 흥미를 느끼고 즐거워하는지를 보는 거다. 여기서의 기간은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최대한 짧게 단축시키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걸 파악했다면 정규교육과정을 따라가는 공부는 시키되 공부에 매몰되지 않고 그쪽으로 가게 서포트를 하는 것이다. 그게 한 사람이 커서 직업을 '꿈'으로 가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아닐까 한다. 만약 그 특출 난 능력이라는 게 공부라면 공부에만 집중하게 해야겠지. 그게 공부라 해서 너무 좋은 것도, 안 좋을 것도 없다. 다만, 공부에 재능이 없다는 것이 같이 살아가면서 확인이 됐는데 계속 최소한 공부를 해야 경쟁에서 이겨서 좋은 대학교를 가고, 좋은 기업에 취직을 하고, 좋은배우자를 만나고 한다는 고지식한 생각은 이제 버려야한다는 거다. 그래봤자 잘되야 전문직, 아니면 다 회사원이다. 매일 아침 토나올정도로 싫은 출근길을 가야한다. 만약 그런 상황에 노출되면 학원비를 한 달에 백만 원, 이백만 원. 아니 자녀가 둘 이상이라면 학원비는이백만 원, 사백만 원이 넘어가고 부모의 등골은 휘고 노후준비는 그냥 포기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돈으로 자녀 이름으로 증권계좌에서 태어날 때부터 만약에S&P500을 꾸준히 매수했다고 생각해 봐라. 최소 수익률 50%는 될 거다.


어릴 때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커서 작가가 된다. 최소한 칼럼을 쓰거나, 글을 쓰거나, 글로 무언가를 하는 데전혀 거부감이 없다. 시키지 않아도, 제발 쓰지 말라 해도, 글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지 말라해도 책을 찾아서 읽고 본인이 알아서 쓰고 거기에 관련된 직업을 가진다.

영어를 좋아하는 아이는 어릴 적부터 외국어에 강한 흥미를 보인다. 그리고 어릴 적의 해외경험이 강한 뇌리에 박히고 외국어와 관련된 활동을 이어가거나 거기에 맞는 직업을 가진다.

축구도 마찬가지.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10분의 짧은 쉬는 시간에도 축구를 좋아하면 어떻게든 공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레 공을 들고나가면 이미 그 운동장에는 공을 좋아하는 학생들끼리 공을 차고 있다. 조용히 음악을 듣는 친구, 그림을그리는 친구, 자는 친구, 배운 걸 복습하는 친구 등 짧은 그 10분의 쉬는 시간에도 각자의 기질이 드러나는거다.


부모가 됐을 때 자녀에게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있는 요소는 하나가 아닐까 한다.


이 기질을 어떤 방식으로 좋은 환경에 더 노출시킬 것인가?


결국 이게 부모가 '자녀교육'으로서 할 수 있는 마침표가 아닐까. 좋아하면 끝까지 좋아하고, 싫어하면 끝까지 싫어한다. 부모의 강요에 의해, 욕심에 의해 자녀가 어떻게 되길 바라는 마음은 본인의 삶에서 이루지 못한 후회, 안타까움을 자녀로부터 투영시키는 거다. 자녀가 대신 본인의 꿈을 이뤄줬으면 하는 욕심.


좋아하는 걸 빨리 찾아 그 흐름에 맡기는 것.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게 만들어주는 것. 자녀도 부모도 행복한 결말.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