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죽어도 '고'다

by 알레

매일 밤 일일 회고 기록을 남긴다. 전날 밤 계획한 하루의 계획 중 과연 얼마나 지켜냈을까. 전부 다 지켜냈다고 기록한 날도 있지만 그런 날은 솔직히 전날 계획을 미리 세운 경우보다는 한 일을 정리한 경우가 더 많다. 물론 실제로 전날 세운 계획대로 다음날 하루를 살아본 적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회고 모임에 참여한 지 3달이 지났다. 이 모임에 참여하기로 했을 때의 마음은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지만 무엇 하나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나의 산만한 마음을 정리하고자 하는 것이 컸다. 덜어내기를 실천함으로써 선택과 집중하는 루틴을 만들어보는 게 목표였는데 4달째에 접어든 지금 나는 오히려 더 가득 채워진 할 일 목록을 가지고 살아가는 중이다.


솔직히 다 지켜낼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이 얼마나 미련한 짓인가' 생각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그냥 두기로 선택한 이유는 이 또한 마음의 바람을 존중해 주기 위함이다. 한편으론 과거의 분주함과는 결이 다른 현재의 의욕을 지지해 주고 싶기도 했다.


회사를 그만둔 뒤로 꽤 오랜 시간 여유로운 삶을 살았다. '여유로운 삶'이라고 표현하면 어떤 이에겐 부러울 수도 있고 또 나조차도 내가 진정 바라던 삶의 형태라고 착각하게 되지만 실상은 공백이 생겨버린 하루에 뭘 해야 할지 몰라 헤맨 날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그 여백조차 감사하고 그 시간에 편안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한동안 그 시간은 뭔가를 채워 넣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을 유발하는 시간이었다.


마음에 귀를 기울인다는 건 매우 중요한 경험이라는 걸 새삼 알았다. 직장인일 때 그토록 바랐던 '여유'가 오히려 나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그제야 알았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서야 비로소 진짜 여유에 머무를 수 있게 된다는 것도 알았다. 이 시간들 덕분에 지금의 분주함은 불안 때문이 아닌 의욕에서 비롯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연말까지 해야 할 작업이 많다. 몇 개월을 밀린 팟캐스트 유튜브 편집 작업부터, 내 개인채널 업로드, 최근 시작한 플레이리스트 채널까지만 해도 이미 하루가 모자라다. 여기에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파일럿으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의 피드백까지. 이게 다가 아니다. 인스타그램과 스레드, 마음은 블로그까지도 욕심을 내지만 현재로선 스레드만 틈틈이 작업 중이다.


처음엔 요일을 나눠서 해보려 했다. 그런데 자꾸 잊어먹거나 놓치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최근 들어 매일 조금씩 해보는 방법으로 방향을 수정해 보았다. 1시간 단위로 계획을 짜고 최대한 누수 없이 진행하기 위해 오랜만에 타이머까지 켰다.


이 방법을 적용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아 피드백을 하기엔 이른 감이 없잖아 있지만 좋은 점은 하루가 꽤 짜임 있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단순히 그렇게 느끼는 건지 아니면 정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건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 봐야 명확하겠지만 적어도 전보단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지는 않는다. 반면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1시간이 끝나면 바로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못다 한 것에 대한 미련 때문에 조금씩 다음 계획을 침범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선은 연말까지 밀린 작업을 정리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시행 중인 계획이긴 하지만 이 시간을 통해 매일 정해진 분량의 작업의 흐름을 이어가는 루틴을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읽었던 자기 계발서에는 많은 것을 선택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밀도 있는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보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나 또한 근본적으론 동감하지만 때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루' 그중에서도 단 '몇 시간' 안에 짜임 있게 눌러 담아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무엇보다 이 시간을 통해 잡념을 가라앉히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효과다.


그럼에도 무리수를 두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자칫 잠을 포기하고 새벽까지 작업을 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어제처럼. 참고로 어젠 새벽 5시가 다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문득 오랫동안 그토록 듣기 싫어했던 단어가 떠오른다. '간절함.' 그렇다. 지금 난 간절하다. 모든 상황의 반전이 필요한 순간인 만큼 하루하루가 간절하다. 간절하니 정말 뭐라도 하게 된다. 부디 다시 여유로운 순간에 머무를 수 있는 날이 빨리 돌아올 수 있길 바라본다. 그때 까진 무조건 'G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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