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살아 본 하루의 효능감

by 알레

계획하고 꽤 무관한 삶을 사는 사람인데, 가끔은 오늘 하기로 한 것들을 도장 깨기 하듯 처리할 때가 있다. 오늘이 몇 없는 그런 하루다. 솔직히 100% 달성은 하지 못했지만, 그동안 미루고 미루던 일 하나를 처리한 것만으로도 꽤나 만족스럽다.


내가 어떤 일을 미루는 이유는 보통 두 가지 경우다. '시작'을 위한 에너지보다 그 일이 커 보이는 경우이거나 언제든 시작할 수 있을 만큼 하찮거나. 오늘 처리한 한 가지는 후자에 속하는 일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그냥 집에서 5분만 걸어가면 끝낼 수 있는 일이었다. 그걸 귀찮다고 내내 미루고 있었다. 끝내고 나니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다.


또 한 가지 일은 전자에 가까운 일이다. 코치님의 제안으로 새롭게 구상 중인 22일 글쓰기 챌린지 모임의 상세 페이지를 작성 중인데 이미 코치님께 제출하기로 한 마감 기한이 지나버렸다. 빠르게 시작하고 수정을 거치며 완성시켜 나가면 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속에선 저항감이 올라왔다.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 한 명이라도 더 모객이 될 수 있도록 구조를 짜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솔직히 요즘 시대에 누가 상세 페이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를 쥐어짜며 한단 말인가. AI에게 맡기면 금방 끝날 작업인데 그걸 붙들고 씨름하느라 첫 글자도 쓰지 못하고 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근데 내 성격도 성격인지라 AI가 뽑아준 초안을 가지고 또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러다 하루 종일 걸릴 것 같아서 고민마저도 AI에게 맡겼더니 정말 흡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주었다. 이걸 왜 붙잡고 있었을까 싶다.


세 번째 일은 유튜브 편집을 하는 일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의 팟캐스트인 <알레스바> 영상 편집을 직접 해보겠다고 굳이 PD님께 원본을 받아놓고 벌써 4회 차나 편집이 밀린 상태다. 이 경우도 '시작' 에너지보다 일이 더 커 보이는 경우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영상 편집을 안 해본 건 아닌데 '유튜브 편집'이라고 하니 자꾸 각 잡고 해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이 먼저 올라와 시작을 가로막았다. 정작 뭐 대단한 편집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말 그대로 다듬고 업로드하는 수준인데 그걸 여태 미루고 있었다.


아침마다 다이어리를 펼치고 오늘 할 일을 적어본다. 할 일 목록은 대체로 가용 시간보다 넘쳐난다. 아직도 자기 객관화가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그럼에도 기록하고 기록한 것을 토대로 하루를 살아보는 시도는 꽤나 효능감을 높여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목록에 있는 일들을 완수하지 못하더라도 시작을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경험한다.


겪으면 겪을수록 삶은 전혀 상관없는 다양한 것들이 서로 얽혀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루거나 잊어버려도 큰 지장이 없는 일들조차도 그 행동을 반복할수록 자신감을 갉아먹는다. 반대로 아주 하찮은 일이라도 오늘 하기로 마음먹은 것을 실행하면 그것이 다음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거대한 댐이 무너지는 것도 작은 균열에서 시작되며 무시무시한 태풍을 일으키는 것도 나비의 날갯짓에서 비롯되듯 한 사람의 내면도 '고작'이라고 치부될 만큼 작고 하찮은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큰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오늘의 경험을 가슴에 새기며 그동안 미루던 인생 프로젝트들을 하나 둘 시작해 보기로 결심해 본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드시 완수하리라는 마음으로 작고 하찮은 계획을 세워 본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