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EP.04] 마흔살에 퇴사했습니다.

두 번째 스무살. 두렵지만 설레는 여정이 시작되다.

by 알레

마흔 살의 퇴사는 20대의, 30대의 퇴사보다 더 무모한 선택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냥 나이 40이 아닌 가장이고 갓 태어난 아이의 아빠이기에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도 견디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선택을 돌아보면 잘 한 선택이었다는 마음이다.


새로운 길 위에 선다는 것은 두렵고 설레는 일이다. 마치 여행을 떠나듯 예측 가능했던 내일이 알 수 없는 내일로 바뀌게 되고 오늘 선택한 삶의 결과가 고스란히 내일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 사실 '퇴사하길 잘했다'는 마음은 결과론적인 마음이다. 이러한 마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방황의 시간들을 거쳐야만 했다. 그럼에도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은 지금 난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봤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했던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때 동료들과의 대화는 긍정보다는 부정이, 자신의 성장에 대한 고민보다는 희희낙락 거림이 더 많았다. 유난히 회사를 그리고 상사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즐거움이 컸던 직장 생활에서 나 역시 참 많은 사람의 뒷말을 즐기는 사람이었음을 새삼 반성하게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사람들은 에너지가 남다름을 실감한다. 나이의 많고 적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적게는 10대에서부터 많게는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이다. 누구보다 진중하고 진취적이다. 특히 나보다 한참 나이 어린 친구들의 생각을 듣고 있으면 '어떻게 저 나이에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까지 진지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양한 연령층과 함께 하다 보니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서는 영민함을 그리고 연배가 높으신 분들에게서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다. 자신의 성장과 삶의 성공에 대한 가치관을 나누며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지지자가 있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여정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먼저 나 자신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루가 출근으로 시작하고 퇴근으로 끝나 넷플릭스와 여가를 함께 보내는 삶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어떻게 하면 '나'라는 사람을 브랜딩 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하면 하루를 더 밀도 있게 보낼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삶을 살게 되니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지나날의 방황은 모두 '돈벌이'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는다.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이기에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할 수 없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자기 계발의 목적도 역시 돈을 벌기 위함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의 비중을 돈벌이보다 나의 성장과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것에 조금 더 향하게 하니 그제야 조급함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 미니멀리스트는 아니지만 소비 생활 역시 가치 판단에 더 신중을 기하게 되니 불필요한 소비가 많이 사라진 듯하다. 대신 그만큼 책장에 책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과거, 부모님 세대의 40살이면 이미 중년의 나이고 자녀들이 빠르면 중고등학생, 보통은 초등학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40살은 중년이라고 하기에도 아니라고 하기에도 참 애매하다. 어쩌면 그래서 두 번째 스무 살이라는 표현이 탁월한지도 모르겠다. 20대와 같은 열정이 타오르면서 동시에 두 번째인 만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잘 분배하는 노하우까지 더해진 상태다.


이제 겨우 40대가 시작되었지만 좋은 점이 한 가지 있다면 이야깃거리가 많다는 점이다. 지난날의 나와 비슷한 방황과 불안을 경험하는 20대, 30대를 살아가는 후배들에게 조심스럽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 위로를 건넬 수 있는 나이. 너무 동떨어져 있지 않아 공감할 수 있고 그렇다고 또 그리 가깝지 않아 철없어 보이지 않는 나이.


지금도 간혹 나의 퇴사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질문을 건네는 마음이 아마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나라고 인생을 얼마나 알겠냐만은 그저 할 수 있는 말은 또다시 '그냥의 힘'이다. 남들은 무모하다고 자신을 평가할지 몰라도 그 선택을 책임질 각오와 그럼에도 발을 내디딜 용기만 있다면 퇴사이든 이직이든 과감하게 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숱한 시간을 망설임으로 살아보니 실패하더라도 열심히 내질러보는 삶이 배우는 게 더 많아 보인다.


삶의 변곡점을 맞이했을 때 누구나 두려운 건 동일할 것이다. 그러나 제자리에 머물러서는 진짜 나를 찾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자신을 믿고 모험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1년 전, 마흔 살의 나처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