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주차장에서 아이가 잠들었다! 지금이다. 서둘러 노트북을 꺼냈다. 그리고 핫스팟에 연결한 뒤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지금이 아니면 쓸 수 없다는 긴장감과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긴박함에 뇌를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럴 땐 '뭐 쓰지?'라는 고민도 사치다. 그냥 쓰는 거다. 지금, 바로 지금 이 상황을.
주말엔 우리 가족 모두 느지막이 일어난다. 아, 쓰고 보니 우린 평일에도 늦게 일어나는 편이라는 게 새삼 떠올랐다. 그래도 어린이집에 가는 평일과 다르게 아이도 나와 아내도 모두 여유롭게 아침을 보낸다. 서두를 것 없다고 생각하며 보내는 아침은 결국 '늦었다!'를 연발하며 서둘러 집을 나서는 걸로 마무리된다.
아이도 컸고, 주말이라고 집에만 있자니 서로 힘들고 해서 토요일마다 문화센터에 가고 있다. 이 마음. 우리만 느끼는 건 아닌가 보다. 문화센터 로비엔 어김없이 엄마 아빠들이 빼곡히 앉아있다. 또래들에 비해 활동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에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신청했다.
아이는 프로그램이 맘에 드는지, 집에서도 유튜브로 해당 프로그램의 노래와 율동을 찾아본다. 물론 아빠가 함께 방방 뛰어줘야 한다. 몇 번만 더 하면 그냥 내가 선생님 해도 될 정도다. 집에서는 그렇게 신나게 율동을 하면서 정작 문화센터에 가면 수줍어하는 아이. 그래도 전보단 많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그럼에도 다른 아이들이게 치이는 편이긴 하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한 프로그램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낮잠 시간대에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탓에 중간지점이 지나면 아이의 호감도가 급하락 한다. 괜한 걸로 칭얼대기도 하고. 그래도 오늘은 무난하게 넘어갔다. 이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끝나면 산책을 하는 게 고정 코스였는데 오늘은 황사 소식에 쇼핑몰 안을 거닐었다. '거닐었다'라고 쓰고 '출혈이 심했다'라고 읽는다. 아이들의 눈이 돌아가는 게임장. 오늘도 어김없이 공룡들을 향해 물총을 쏘아주고. 1000원, 2000원, 3000원. 아이가 물총을 쏘는 동안 빙 둘러 서있는 보호자들은 손에 천 원짜리 한 뭉치 들고 대기한다. 바로바로 인서트 코인을 해줘야 하기에. 그래도, 재밌으면 그걸로 됐다.
그다음 코스는 아이스크림 또는 셰이크. 오늘은 아이스크림으로 선택. 저녁 약속이 있어서 들고 차에 탔다. 약속 장소에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재우기 위해 뺑뺑이를 돌았지만 잠들지 않는 강철 체력! 너의 체력의 반만 아빠한테 주면 안 되겠니?
돌다 돌다 안돼서 그냥 집으로 왔다. 왔는데, 스르륵 눈이 감기는 게 아닌가. 참 희한하다. 다른 아이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는 주차장에만 오면 잠든다. 한 번은 쇼핑몰 주차장에서 1시간 자고 그냥 나온 적도 있다. 주차비만 날렸던 기억이 난다. 딱 졸릴 시간이긴 하다. 오후 내내 신나게 놀았으니. 안 그래도 게임장에서 나올 때 이미 아이의 정신이 저세상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덕분에 소확행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옆에서 아이가 깰까 봐 와다다 자판을 두드린다. 그러나 손끝의 감각을 최대한 살려 가볍게. 토독토독. 이것도 나름 ASMR이지 않을까?
갈수록 주말 육아를 위한 계획이 필요해짐을 느낀다. 계획적이지 않은 아빠에겐 매주 찾아오는 쪽지 시험 같은 시간. 황사나 미세먼지만 아님 그냥 공원에 가서 뛰어놀면 좋겠는데. 과연, 공기가 안 좋아도 그냥 밖에서 뛰어노는 게 좋은 걸까? 아니면 쇼핑몰 게임장에서 공룡을 잡는 게 좋은 걸까? 아빠가 되니 별개 다 딜레마다. 누가 좋은 답을 좀 알려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