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아도 너무 닮았다

by 알레

"아빠 닮았네. 어딜? 완전 엄만데. 아냐, 딱 봐도 아빤데."


육아 중인 부모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아이는 과연 누굴 닮았나에 대한 담화. 아빠 쪽 일가친척 및 지인들은 주로 아빠를 닮았다 하고, 엄마 쪽은 대체로 엄마를 닮았다고 한다. 아빠와 엄마를 모두 잘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느 한쪽을 닮았다고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아이의 외모를 말할 때 엄마를 닮았다고 하는 건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이 모두 칭찬으로 통용되는 듯하다. 반대로 아빠를 닮았다고 하는 건 반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딸아이에게는 조심스럽다. 아무리 판박이여도. 내 아이도 누구는 아빠를, 누구는 엄마를 닮았다 한다. 갓난아이일 때, 돌 지났을 때, 그리고 세돌이 지난 지금까지도 평가는 계속 변한다. 그래서 크게 의미는 없다. 결국 우리 아이는 우리를 닮았을 뿐이니까.


이마만큼은 아내를 쏙 빼닮았다. 짱구라고 할 만큼은 아니지만 자연스러우면서 예쁜 곡선을 형성하고 있다. 갓난아이 때부터 품에 안고 내려다보면 옆모습이 그렇게 예뻤다. 지금도 무척이나 흐뭇하다.


끝이 없는 예쁜 구석 찾기는 너무 팔불출 같아 보여서 이쯤 하고, 아빠니까 알 수 있는, 왜 이런 것까지 닮고 그러니 싶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 째, 지독한 올빼미 형.


퇴사 후 3년이 넘도록 대부분 잠자리에 든 시간은 새벽 2-3시쯤이다. 처음엔 자유를 만끽하기 위함이었고 그다음엔 불안감 때문이었으며, 현재는 습관 탓이다. 근데 이건 퇴사 후의 일인데, 대체 왜 아이는 이런 나의 모습을 닮은 걸까. '잘 시간' 또는 '잠'과 관련된 단어 및 의도를 격하게 반대한다.


매일 늦게 자니 일어나는 시간도 늦다. 자연스레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건너뛴다. 낮잠을 안 잤으니 집에 와서 쪽잠이라도 잘 법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고작 39개월짜리가 이 정도 체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아, 생각해 보니 체력이 아니라 무지막지한 회복 탄력성인 건가?


둘째, 섬세한 감정선.


'날 닮은 모습'이라는 전제를 깔아 두고 '섬세한 감정선'을 말하려니 조금 오그라들긴 하지만 닮은 구석은 맞다. 특히 타인의 표현에 민감하다는 점. 겉으로 티는 안내도 누군가의 말투 때문에 감정이 오르내리는 경험을 많이 하는 편인데, 아이가 그걸 쏙 빼닮을 줄이야.


지극히 보통의 날, 아주 평범한 오후, 사전에 어떠한 상황도 있지 않았던 그런 날 아이가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장난을 치길래 아내가 '어허!'라고 한마디 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순간 아이의 얼굴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꽤나 무안했던지 얼른 안아줬더니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렸다.


어르고 달래주면서 한 편으로 생각했다. '하아, 넌 닮아도 이런 것까지 닮고 그러니?'


셋째, 관심은 받고 싶은데 인싸는 싫어.


나는 ENFP다. 관심받기를 좋아하는 유형의 인간. 그게 나다. 근데 한 걸음 들어가 보면 나는 외향형과 내향형이 거의 반반이다. 즉, 관심받는 건 좋은데 지나친 관심은 불편하단 소리다.


아이와 문화센터를 다니면서 비슷한 면을 발견했다. 문화센터에서 본 아이들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선생님이 자리에 서는 순간부터 달려 나가는 아이. 또 하나는 "나오세요"하면 득달같이 달려가는 아이. 나머지 유형은 무리들 제일 뒤어서 쫓아가거나 끝까지 나서지 않는 아이로 나뉜다. 내 아이는 무리들 뒤에서 쫓아가는 아이다.


아이의 평소를 생각하면 붙임성이 없어 보이지는 않지만 막상 낯선 공간에선 매우 소극적으로 변하는 게 딱 나를 닮았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낯섦의 경계는 허물어지지만.


내 아이에게서 날 닮은 구석을 발견할 때면 그게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그러나 굳이 닮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까지 닮아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론 염려스럽기도 하다. 결국 부모는 아이의 우주라는 게 맞다.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존재다. 아이의 모습 중 열에 아홉은 무의식 중에 부모가 행동했을 법한 게 많다. 고로 해법은 내가 변하는 것 밖에 없지 않을까.


근데 과연 내가 일찍 잘 수 있으려나? 아무래도 우린 올빼미 가족으로 살아가게 될지도. 이 글을 발행하는 지금, 자정이 가까운 이 시간에도 아이는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게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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