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주말 육아 마인드셋. '그래, 그거면 됐지 뭐'

by 알레
아침에 일어나서 맘마를 먹고 치카를 하고 사탕도 먹고 문화센터도 가고 산책도 가고 할아버지께 선물도 받고. 낮잠 자고 고기도 먹고 우리 아가는 바쁘게 살아요.


오래전 TV에서 따라 부르던 영플레이모빌의 CM송이 귓가에 맴돈다. 하루 일과를 대입해 보니 어째 찰떡이다. 주말은 늘 불타오른다. 아이의 행동 변화를 위해선 매 순간 실랑이가 벌어진다.


아침에 일어나서 맘마를 먹기까지 한 판. 맘마를 먹고 치카를 할 때까지 또 한 판. 치카를 마친 후 문화센터에 가기 위해 사탕으로 꼬시니 휴전. 문화센터 끝나고 산책은 아이가 좋아하는 거니 기분 상승. 산책길에 모래 놀이하는 곳을 만나는 변수 발생. 어쩔 수 없이 토이저러스 선물 공약으로 극적인 타협. 사전 협의한 장난감이 있었지만 역시 눈앞에 펼쳐진 별천지에서 더 큰 것들이 눈에 들어와 생떼 시작. 옥신각신 끝에 다시 극적인 타협. 할아버지의 은덕으로 큰 거 하나 손에 들고 평화롭게 귀가.


아이가 크면 클수록 아빠 엄마는 멀리 볼 줄 알아야 한다. 쇼핑몰엔 아이의 경로 이탈을 부추기는 위험 요소들이 너무 많다. 도처에서 아이를 부르는 세이렌의 유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멀리 보고 미리 시야를 차단해야만 한다. 근데 이것도 점점 어렵다. 아이는 크면서 눈치도 같이 자란다.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 아빠 엄마의 행동이 평소와 살짝만 달라도 ‘아~ 저기 뭐가 있네’라고 아이는 눈치를 챈다. 그리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곳을 향해 간다. 막아서면 거친 저항과 함께.


주말 육아가 불타오르는 건 언제나 강 대 강 대립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아이는 절대 약자가 아니다. 오히려 절대 강자다. 아직은 논리적 대화가 불가능한 38개월에겐 오직 고집만 있을 뿐이다. 아무리 설명해도 다 듣고 원안고수를 선택한다. 딜을 한다고 뭔가를 제시해 보지만 이상하게 손해 보는 기분을 감출 수 없다. 더 큰 것을 제시하게 되니.


오늘도 어김없이 그런 하루가 흘렀다. 아이는 큰 걸 얻었고, 맛있는 걸 먹었으며 신나게 놀았다. 그래. 그거면 됐다.


주말에 어른들이 불타오를수록 아이의 웃음소리는 커진다. 아이는 산책을 하면서 "아빠 엄마랑 산책하는 거 좋아" "할아버지 좋아"라고 말한다. 그래. 그거면 됐다. 아이가 좋아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갈수록 제멋대로지만 그것이야말로 아이가 성장하고 있다는 뜻일 테다. 자아가 확장되고 있다는 소일테다. 건강한 신호이니 순간 끓어오를지라도 마음속으로 골백번 ‘그거면 됐다’를 되뇐다.


오늘도 그렇게 하얗게 불태운 주말의 하루를 마무리한다. 근데, 아직 하루 더 남았다. 파이팅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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