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육아는 언제나 불 같이 타오른다

by 알레

주말. 달력에 다른 공휴일을 제외한 파란색과 빨간색 색깔로 표시되는 단 이틀. 요즘에야 토요일이 꼭 파란색은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함께한 달력에서 토요일의 보편적인 색깔은 파란색이었다. 근데 왜 파란색, 빨간색일까. 단 한 번도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던 질문이 생긴 이유는 육아를 시작하고 한참이 지나 서다. 그래, 뭐 두 돌 정도까지는 무난했던 것 같다. 근데 세 돌이 지난 아이는 자아가 엄청 강해진다. 속된 말로 오지게 세진다. 그래서 '미운'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나 보다 이해가 빡 된다.


그러니까, 그 강한 자아를 가진 존재를 상대하는 이틀 중 하루는 말을 들어먹지 않는 태도에 시퍼렇게 질리고 고집불통에 시뻘겋게 열불이 솟아오른다 이 말이다. 그래서 주말 육아는 늘 인고의 과정이며 자아를 우주에 보내 버려야 지나가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솔직히 말해, 내 아이는 굳이 육아 난이도로 치면 10점 만점에 3, 4점 정도 된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무난하단 소리다. 근데 왜 앓는 소리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냥 남들 다리 부러진 것보다 내 손 벤 게 더 아픈 뭐 그런 심리다. 그러니 이건 따지지 말기로 하자.


주말 육아가 유독 지치는 이유는 아이의 에너지를 태워줄 적당한 무언가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 때문이다. 바람만 불면 콧물이 나고 비염이 올라오는 탓에 놀이터나 공원에 산책을 나가기도 고민되고, 또 날이 좀 따뜻해지면 미세먼지 나쁨, 초미세먼지 나쁨인 날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키즈카페나 쇼핑몰이라도 갈까 싶으면 모두가 한 마음으로 함께하는 육아 대동단결의 장소이지 않나. 아무리 넓은 쇼핑몰이라 해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고 그 말인즉슨 모두가 같은 장소로 집결한단 소리다. 고작 37개월 아이는 형아들에게 치이고 누나들에게 자리를 뺏긴다.


결국 바람이 제법 불었던 오늘도 우린 집을 택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 다녀가셔서 아이는 그래도 신나게 놀긴 했다. 그렇지만 충족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 이 녀석이 다시 제멋대로 고집쟁이모드로 변신했다. 아내의 표정을 보니 이미 영혼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떠나보낸 얼굴이었다.


불꽃이 왜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올라오는 줄 아는가? 육아 엄마 아빠의 주말과 닮아서인 것 같다. 하하하. 이번 주말도 그렇게 타올랐다. 분명 낮에까진 우리 서로 좋았는데. 밤이 되고 잘 시간이 가까이 오니 아이는 더 기름을 붓는다. 결국 아이를 재우러 들어간 아내는 이내 다시 거실로 나오고 아이는 아빠를 찾는다. 그렇게 바통 터치. 한 30분 지났을까. 아이는 바로 잠이 들었다. 하아. 결국 아이는 졸렸던 거다. 졸려서 더 진상이 되었던 거다. 졸리면 그냥 좀 자면 될 것을. 꼭...!!!


아이를 재우고 나와 글을 써야겠다 싶었는데, 아내나 나나 주말 동안 타오른 불길을 다시 가라앉힐 필요를 느끼고 넷플릭스를 틀었다. 마침 닭강정이라는 새로운 시리즈가 올라왔다. 좋아하는 배우들이 출연하고 기대할 만한 감독이 연출을 했다. 역시 재밌다. 아내랑 낄낄 거리며 해소의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깰까 봐 자막을 켜놓고 보면서.


돌아보면 주말 동안 인내심 한계를 테스트하는 일들 대부분은 육아의 일상적인 경우다. '아이니까. 딱 그런 시기니까.'라고 생각하면 사실 별 일 아닌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원래 인간사가 다 사소한 것들이 쌓여 터지는 거 아니겠나. 한차례 폭풍이 휘몰아치고 나면 늘 별 것도 아닌 것에 너무 예민하게 굴었나 싶을 때가 많다. 그렇지만 크던 작던 폭풍은 폭풍이고 그 순간은 불타오르기에. 지나고서나마 글을 쓰며 하루를 반성해 본다. 진짜 매번 느끼지만 육아는 아이랑 같이 크는 게 맞는 것 같다.


제발 앞으로의 모든 주말은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 한 점 없이 따뜻하며 미세먼지와 초미세 먼지는 없음이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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