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옳다

by 알레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강원도 고성에 있는 델피노에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봄볕이 제법 여름을 닮아가는 듯 하니 이쯤에서 물놀이를 한 번 다녀와야겠다 싶어 훌쩍 떠난 여행길이었다. 하필 월요일 날씨가 좋지 않아 못내 아쉬웠는데 이튿날부터 날이 활짝 개었다. '크흐! 하늘이 우리의 여행을 축복해 주는구나!'


비수기 평일. 그것도 월, 화, 수. 번잡할 것 하나 없는 리조트를 누리는 기분은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키즈카페와 물놀이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매년 물놀이를 하는데 사진을 꺼내 보면 아이가 부쩍 컸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젠 수영복을 입은 모습이 제법 껑충하다.


아이는 물놀이를 좋아한다. 그리고 언제나 분홍색 앰버 튜브와 함께한다. 앰버는 '로보카 폴리'라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분홍색 로봇 구급차 캐릭터다. 보통 남자아이하면 파란색을 연상시키는 게 싫어서 앰버 튜브를 사줬는데 물놀이를 하러 가면 앰버 튜브를 탄 남자아이는 내 아이뿐이긴 하다. '이런 유니크함, 너무 좋다!'


작년까지만 해도 구명조끼를 입고 튜브에 타는걸 엄청 불편해했는데 이번엔 제법 잘 입고 있었다. 그새 자라서 그런지 구명조끼가 몸에 잘 맞는 느낌이었다.


물놀이를 하러 가면 여러 종류의 수영장이 있다. 수심 1M 깊이의 가장 넓은 공간, 유수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키즈풀, 그리고 온수풀. 이 중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건 키즈풀도 유수풀도 아닌, 튜브를 타고 둥둥 떠있을 수 있는 깊은 풀도 아닌 온수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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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어김없이 보라색 한 번, 파란색 한 번, 그리고 히노끼탕에 한 번. 계속 번갈아 가며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 아내와 나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여보, 앞으로는 물놀이하지 말고 그냥 사우나 가서 놀다 나올까 봐." '벌써부터 몸을 지지는 기분을 아는 건 아닐 테고, 제 딴에 아직 좀 추워서 따뜻한 물이 좋은 거겠지'라고 생각해 본다. 그래도 여행 중에 만난 누나 덕분에 이번엔 물놀이 다운 물놀이도 즐기고 나왔다.


아직 단정 짓기엔 시기상조이지만 어쩐지 내 아이도 야생보다는 잘 정돈되고 시설이 갖춰진 리조트를 좋아하는 기분이다. 물론 나와 아내가 그런 여행을 선호하기 때문이겠지만. 특히 나는 숙소의 컨디션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도 그런 곳이 익숙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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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락 이런 분위기랄까.


아이에게 여행은 '다른 집'에 가는 날이다. 여행 갈 준비를 하면 언제나 "우리 다른 집에 갈 거야?"라고 묻는다. 퇴사하고 가장 좋은 것 중에 하나는 비수기 평일에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엔 아마 7월 한 달을 제외하고 매달 여행을 다녀왔을 것이다.


집이 아닌 곳에서, 일상 속에 바라보던 풍경과 다른 장면을 담고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은 아이의 정서 발달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할 수 있는 한 아이에게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 삶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고 동시에 감사할 수 있길 바란다.


여행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관대해질 수 있게 해 준다. 현실 감각을 잠시 꺼두고 있어도 괜찮은 시간. 아이에게나 나와 아내에게나 우리들만의 이상한 나라에 머물 수 있는 시간. 이 시간을 통해 사실 우린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옳다. 서로에게 더 다정해질 수 있는 이 시간을 더 자주 쌓아갈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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