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에 다녀왔다. 날이 선선하니 좋아서 공원에 산책을 가자고 했더니 극구 "아니"라더라. 그러면서 아주 또렷하게 "키. 즈. 카. 페!"라고 했다. 그래 뭐. 불과 며칠 전에 강원도 여행길에 키즈카페를 다녀오긴 했지만 이렇게 분명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데 존중해 주는 게 맞겠지. 그렇게 우린 키즈카페로 향했다.
생각해 보니 주말의 키즈카페는 처음이었다. 우린 주중에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데 굳이 주말에 애써 아사리판으로 찾아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우려와 함께 도착한 키즈카페에는 평일 보다야 사람이 많았지만 생각만큼 북적대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작은 규모에 속하는 키즈카페다 보니 대형 마트나 백화점,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대형 키즈카페에 비하면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가 보다.
이미 여러 번 가 본 장소라 아이도 익숙하게 제 갈길을 갔다. 처음 갔을 땐 워낙 아기 때여서 자그마한 장난감들이나 아니면 주방 놀이 세트에서 놀았는데 이제는 딱 세 군데에서만 논다. 편백나무 블록이 있는 방, 자동차를 타는 곳, 그리고 트램펄린. 아! 또 한 군데 더 있었다. 자석 낚시터. 이 중에 낚시터에는 엄마랑 간다. 아무래도 자리에 앉아서 하는 놀이다 보니 내가 쉬는 동안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가버릇해서 그런 것 같다.
자석 낚시터에서 물고기 20마리를 건지면 젤리 하나를 바꿔 주는데 아이는 꼭 젤리 2개를 받고 싶어 한다. 아내는 매번 40마리의 물고기를 잡는다. 이 정도면 낚시왕 수준 아닌가.
처음 가 본 주말의 키즈카페에는 재미난 점이 있었다. 어째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아빠라는 것이다. 엄마들이 함께 온 집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아니면 엄마들은 대부분 테이블에 앉아서 쉬고 아빠들이 아이들을 케어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었던 것은 아빠들은 대부분 아이의 동선에 한눈에 들어오는 적절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스마트폰을 본다는 점이었다. 아이가 아니라.
순간, '흠, 나도 그런가?' 뜨끔하는 마음을 느꼈을 땐 이미 내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 있음을 깨달았다. 물론 나는 아이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주기 위함이었다. '난 크리에이터 아빠니까'라고 당위성을 부여해 보았다.
사실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선 조금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아무래도 콘텐츠 작업을 하다 보니 손에서 스마트폰을 잘 놓는 법이 없다. 틈이 나면 수시로 사진을 편집하고, 영상을 편집한다. 또 주말엔 평일처럼 집중해서 글을 쓰기 힘드니 짬이 나는 대로 스마트폰으로 조각 글을 쓸 때도 많다.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걸리는 건 아이다. 그러기 위해선 아이에게 TV를 틀어줄 수밖에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며 아이를 TV앞에 방치하는 걸 묵인해 버리지만 역시 계속 마음에 걸린다. 역시 또다시 시간 관리, 체력 관리로 화살이 돌아와 꽂힌다. 이성적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해답이지만 본성은 가장 따르고 싶지 않은 자기 관리라는 과녁에 오늘도 화살은 날아와 명중해 버렸다.
이번주엔 여행도 다녀왔고 익숙하지 않은 새로 시작한 일을 처리하느라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더니 주말에는 맘껏 쉬고 싶었다. 그래서 더 아이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건 사실이다.
나도 그렇고 키즈카페에서 본 아빠들도 분명 주말에 쉬고 싶었을 것이다.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을 것이고 편하게 누워 넷플릭스나 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술 한 잔 하러 나갔다 오거나. 그러나 아빠라는 역할이 이 모든 욕구를 뒤로하게 만든다. 자발적이건 비 자발적이거나 상관없이 어쨌든 개인의 욕구는 한동안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다들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나 보다. 내려놓은 욕구를 대신할 미니멀한 욕구 충족 장치를.
'다음 주엔 좀 더 삶을 관리해봐야겠다'라고 또다시 다짐해 본다. 그러기엔 나의 '평소'를 통으로 손을 대야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뜨지만 아빠니까. 아빠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 본다. 내일은 나아지겠지! 수고했다 나 자신. 주말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빠들.
이제 아이를 재우러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