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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May 19. 2024

우리 아이의 첫 방울토마토 모종 심기 체험

'주말이다...'


이 한 마디에 어떤 무게감이나 알 수 없는 압박감을 느낀다면 당신도 육아중일 확률이 높을 것이라 추측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육아를 하면서 아내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이것일 거라 생각한다. '오늘은 뭐 먹을까?' 그리고 '이번 주말엔 뭐 하지?' 1년이 52 주니 최소 104회의 미션을 수행해야만 한다. 여기에 공휴일까지 더하면 대략 120회 정도 되는 듯하다. 그래도 벌써 5월 중순이니 무난하게 잘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아이와 함께 체험농장에 다녀왔다. 토마토 모종 심기를 할 수 있는 체험농장이면서 2시간 동안 온실 안에 비치된 모래놀이나 물장난, 미꾸라지 잡기 체험 그리고 토끼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길래 가보기로 했다. 써놓고 보니 미꾸라지 빼고는 아이가 딱 좋아할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종 심기는 끝나기 30분 전에 일괄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 그전까지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농장이라서 사람이 붐비지 않은 건 좋았다. 그럼에도 이것저것 하나씩 놀다 보면 결국 모래놀이장으로 모두 모이게 되었지만.


농장에 가보니 너무 익숙한 곳이어서 깜짝 놀랐다. 일전에 약 1년 반 정도 살았던 동네였고 심지어 당시 출퇴근 할 때 자주 지나다니던 길 옆이었다. 그땐 왜 몰랐을까. 하기사 그땐 아이가 없었으니 굳이 체험 농장이 눈에 들어 올리는 없었을 것 같긴 하다.


아이는 입장하자마자 바로 장난감 채소들이 진열된 곳부터 갔다. 익숙한 채소들이 눈앞에 있어서 그런지 하나씩 손에 들고 '어 이건 포도야, 당근이야' 하며 이름을 아는 체하기 바쁘다. 밀짚모자까지 씌워놓으니 귀여운 꼬꼬마 농사꾼 같기도 했다.



놀거리들은 몇 가지 됐지만 큰 규모의 농장은 아니었기에 어디 한쪽에 사람이 몰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우린 사람이 몰리지 않는 곳으로 옮겨 다녔다. 남들이 야외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놀 때 아무도 없는 미꾸라지 대아에서 시간을 보낸다던가. 한 명 두 명 미꾸라지 대아 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할 때 반대로 자동차를 타러 간다던가. 앞서 말했지만 적절히 피해 다닌다고 다녀도 결국 실내 모래 놀이장으로 다 모여들긴 했지만.



그중에서 아이가 가장 신나 했던 건 야외에 놓여있던 작은 집이었는데, 요즘 한참 재미 들린 아이스크림 가게 놀이를 하기 딱 좋은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들어가자마자 창문 밖으로 "아이스크림 사세요~"를 연신 외치는 걸 보고 얼른 주문하러 갔다. 그래봐야 안쪽에 있는 것 모래와 장난감들 뿐이었지만.



한참을 놀다 보니 어느새 모종 심기 시간이 되었다. 테이블에 앉아 하얀 화분에 먼저 사인펜으로 신나게 낙서를 했다. 아이가 엄마랑 낙서를 하고 노는 동안 나는 열심히 사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모종 심기를 준비했다. 사실 대충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원예회사 5년의 경력이 어디 가겠나. 간단한 분갈이 정도야 누워서 떡먹기니.


문득 그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회사 온실에서 분갈이를 참 많이도 했었는데. 납품처 요구사항에 맞춰 식물 상태 하나하나 점검했었는데. 생각해 보면 분갈이는 재밌게 했던 것 같다. 역시 사람은 흙을 만지며 살아야 하나.


잠시 한때의 기억에 잠겼다가 다시 설명을 들었다. 설명을 모두 듣고 나서 본격적으로 아이와 함께 모종을 심었다. 아이는 열심히 숟가락으로 준비된 분갈이용 상토를 퍼 담았다. 적정선까지 담고 난 뒤 마지막 지지대까지 꼽고 나니 모든 일정이 끝이 났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토마토 심기는 어땠냐고 물어보니 재밌었다고 한다. 아무렴, 아이에겐 모종 심기도 결국 모래놀이인데 재미가 없을 리가 있나. 마침 한 달 뒤에는 완두콩 따기 체험이 시작된다고 한다. 아이에게 알려주니 그걸 더 좋아하는 듯싶었다. 어쩔 수 없이 한 달 뒤에 또 와야 할 운명이다.


아이는 식물을 좋아한다. 그리고 흙을 좋아한다. 평소엔 식물과 흙을 느끼며 놀만한 곳이 잘 없어 아쉬웠는데 종종 체험 농장에도 데리고 다녀봐야겠다. 더 크면 분갈이도 가르쳐줘야겠다. 다른 무엇보다 흙을 만지며 식물을 가꾸는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 삶인지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어졌다.


'흠, 아파트를 벗어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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