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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l 08. 2024

지금부터 자기 자랑을 시작해 봅시다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은 언제인가?


내가 만든 질문에 내가 답하기 난감하다. 이 질문에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 살면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을 뽑으라면 단연 아빠가 된 순간이다. 아빠가 되어 내 아이 옆에 있어주는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겐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가끔 주변에서 어떻게 아이가 아빠랑 그렇게 친할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마음으로 답하는 건 '그야 집에 있으니까요'이지만 그냥 웃으며 '그래요? 고마워요.'라고 답한다. 상황이 어쨌거나 나는 내 아이의 성장을 함께 할 수 있는 아빠라는 게 자랑스럽다.


그런데 질문을 '자랑스러운'에서 '자랑'으로 살짝 바꾸면 묘하게 답하기 어려워진다.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또는 '가장 자랑하고픈 순간은 언제인가?' 


비단 나뿐이겠나 싶지만 나에게 유독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내 자랑이다. 무엇을 자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게 자랑거리인가 싶기도 한 게 대부분이다 보니 자기 자랑도 밉지 않게 적정 수준으로 잘하는 사람의 능력이 부럽기만 하다. 


'겸손이 미덕이다'라고 살아온 세월 속에 자기 자랑에 익숙해지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러니 사회생활을 할 때도 '아닙니다', '아이고 별말씀을요'라는 손사래를 치는 것에 더 익숙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된 건 자기 자랑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어른들 눈에는 우습기도 하고, 별거 아닌 것들도 많지만 아이에겐 그 순간의 성취감을 엄마 아빠에게 마구 자랑한다.


나에게 필요한 것도 이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과하게 부풀리거나 문제를 축소시키기 위한 자랑이 아니라 오늘 내가 해낸 작은 성과들을 인정해 주는 태도. 자기 인정으로서 어른들에게도 중요한 태도이지 않을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배운 건 아무리 성과를 냈어도 드러내지 않으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난 회사에서 유난히 자기 성과를 잘 드러내는 직원이 있었다. 주간 보고 시간에 대표님의 반응을 보면 그 직원이 얼마나 홀릴 만큼 자기 어필을 잘하는지 느껴졌다.


처음엔 얌체 같아 보였지만 나중에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 직원의 행동에서 배울 수 있었던 건 우선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였다. 남들이 뭐라 하든, 결과가 어떻든 애쓴 자신을 인정해 주었다. 그다음은 적절한 상황에 그것을 주변에 알림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노력을 가치롭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 직원과 반대로 내내 겸손만 했던 직원이 한 명 있었다. 흥미로운 건 겸손이 반복되니 어느 순간 타인들도 그 사람의 성과를 가볍게 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 사람은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해 자신을 계속 채찍질하는 상황에 스스로를 몰아넣은 셈이었다.   


주변에서 나에게 다재다능하다는 이야기를 해줄 때마다 나는 '내가 뭘'이라는 반응으로 일관했던 것이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제발 좀 인정하라고 한다. 


지금 나에게는 뻔뻔하게 여겨질지라도 아이처럼 성취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기뻐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있는 그대로'다. 성과를 부풀리거나 또는 문제를 축소시키기 위한 눈가림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 


결국 내 감정에 솔직할 줄 아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요구되는 태도이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난 오늘도 주어진 하루의 일과를 잘 해냈음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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