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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l 09. 2024

실패의 경험으로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

실패에서 배운 건 무엇인가요?


실패라는 단어는 어쩐지 단어만으로도 가슴을 후벼 파는 기분이었다. 단어가 가진 에너지가 선뜻 담아두고 싶은 느낌은 아니었다. 적어도 실패를 재정의하기 전까지는.


언어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사전적 의미보다 살아가며 익힌 관습적 의미가 언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10대, 20대까진 솔직히 잘 느끼지 못했다. 어른들이 줄곧 말씀하시길 인생은 말하는 대로 될 거라고 했다. 그러나 그땐 의미 자체가 와닿지 않았다. 40대가 되어 이제야 깨닫는다. 삶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말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성공에 집착하며 살았던 적은 없지만 그래도 은연중에 실패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안전한 길을 택했고 안전한 곳에 주로 머물렀다.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으니 삶은 늘 편안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그 편안함은 정체감이 되었고 점점 도전하지 않고 흘려보낸 지난날에 대한 후회로 변질되었다.


나는 직장생활을 마치고 홀로서기를 시작하면서 그제야 실패를 제대로 맛본 것 같다. 아, 물론 인생 가장 쓰라린 실패를 꼽으라면 단연 석사 학위 논문을 쓸 때라고 말할 수 있다. 무슨 석사 논문을 박사 논문 쓰듯 걸려 마쳤으니까. 아직도 기억나는 건 논문 심사를 마치고 나올 때 지도 교수님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했던 말씀이다. 


"넌, 이제 할 만큼 했다." 


논문이 만족스러워서 통과시키기보다 이제 더 할 건 없어 보이니 그냥 졸업하라는 의미였다. 쓰라렸지만 후련하기도 했다. 아닌 걸 붙잡고 참 오래 미련을 떨었던 실패의 경험은 오래도록 나에게 교훈을 주는 경험이 되었다.


퇴사 후에는 다른 종류의 실패를 경험했다. 보통 실패의 경험은 어떤 것을 시도한 다음 그것이 원하는 결과에 이르지 못했을 때를 말한다. 그러나 지난 3년 내가 경험한 실패는 지레 겁먹고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기에 결과적으로 실패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한참 지식창업이 화두였고, 무슨 바람이라도 불듯 디지털 노마드와 N잡러 열풍이 불었던 시절. 나도 그 바람을 타고 새로운 비행을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나는 언덕에서 뛰어내릴 용기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뛰고 또 뛰는 걸 보면서 박수를 보내며 숱한 시간 '나도 뛸 수 있을 거야'라고 마음속으로만 되뇌었던 시간이었다. 


'그때 추락을 경험해 봤더라면. 더 잘 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거고 지금쯤은 상상도 못 할 곳을 날아가고 있었을 텐데.'


너무 늦게 깨달았다. '실패'는 패배가 아니라 성공에 이르는 과정일 뿐이라는 걸. '실패'는 인생 경험 중에 최고의 경험이라는 것을. 그리고 식구가 하나 더 늘기 전에 더 많이 실패해봤어야 했다는 걸. 아니 더 과거로 시간을 돌려 20대를 실패의 경험으로 채우며 살았어야 했다는 것을 이제야 때늦은 후회를 해본다.


2024년 남은 시간 동안 다시 시도하는 시간으로 채워가볼 생각이다. 지난날에 지레 겁을 내서 시작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작해 볼 계획이다. 20대에 쌓아두지 못한 실패 자산을 40대에 밀도 있게 축적해 나가며 인생 전환기를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내가 선망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미 지나간 그 시간을 지금부터 매일 한 걸음씩 내디디며 변화의 기틀을 마련해 나간다면 적어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실패의 날들이 쓰라리기보다 부디 찬란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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