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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l 21. 2024

200개의 글을 쓰며 찾게 된 나만의 속도

2024년 1월 1일. SNS를 둘러보다 한 작가님이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다. 그 즉시 글을 쓰며 선언했다. '지금부터 1년간 365개의 글을 써야겠다!' 그렇게 이어온 글이 벌써 200개다. 작년과 비교해 보면 9월~10월쯤 브런치에 200개가 넘는 글이 쌓였을 것이다. 운영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몹쓸 글쓰기)에서 적어도 한 달에 꼬박 20개씩은 쓰고 있었으니까.


작년에 비하면 상당히 빠르게 달성했다. 중간중간 솔직히 '이걸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어느덧 200개라니. 그냥 나 스스로도 놀라울 뿐이다. 살면서 꾸준히 하는 것 분명한 한 가지는 생겼으니 자부심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자정이 넘은 지금 이 시간에 글을 쓰고 있다. 주말엔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리에 앉는 건 보통 자정 가까이가 되어서다. 셀프 챌린지는 마감 시간에 대한 강제성을 두고 있지 않다 보니 조금은 유연하게 대하고 있긴 하다. 그럼에도 건너뛴 적은 단 한 번 도 없다. 어쨌든 글은 써야 할 일을 다 한 거니까. 


이번달은 연이어 셀프 탐구 기록을 남기고 있다. 나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해보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평소 알던 나의 모습이 더 확실해지기도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깊어지기도 한다. 나는 나에게 가장 익숙한 사람인만큼 의식하지 않으면 놓치는 게 태반이다. 자주 놓치던 일상의 소소한 반응들, 감정들을 면밀히 살피면서 전보다는 더 나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런 나에 대해 오늘 남기고 싶은 기록은 '꾸준함'이다. 최근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솔직히 저라도 빨리 크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어요. 뭐라도 확 크면 수익화도 일어날 것 같고,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기면 신기할 것도 같고, 그런 생각하면 괜히 설레고 그러니까요. 근데, 3년 지나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요.

'아~ 이게 내 속도구나.'

그래서 그냥 속도 연연하지 않고 계속 제 안에 있는 이야기 조각들을 꾸준히 이어가 보려고요.

빨리 가는 건 재주가 없지만 꾸준히 오래가는 건 자신 있으니까요.


퍼스널 브랜딩이나 온라인 비즈니스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속도'와 무관하게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빠른 성과를 보이는 사람들은 어쨌거나 주목받게 되고 주목받을수록 비즈니스를 성사시킬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나도 그런 재주를 부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왜 안 해봤겠나. 단 몇 개의 콘텐츠 블랙홀처럼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그런 특별한 경험을 왜 바라지 않았겠나. 엄청 바랐지만 뒤이은 실망감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 '이건 나와는 무관한 일이구나'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내려놨을 뿐이다. 솔직히 지금도 일말의 바람은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기대치는 매우 낮다.


콘텐츠 작업을 하면서 업치락 뒤치락하는 감정의 파동을 겪고 나서야 깨달은 건 나는 '빠름'보단 '꾸준함'이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빠름'은 전략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시장에 반응하는 주제를 찾고 레퍼런스를 수집하며 분석한 뒤 A/B테스트를 통해 근거를 수집하고 다시 테스트하기를 반복하며 만들어내는 결과인 반면, '꾸준함'은 전략보다는 내적 동기의 역할이 더 크게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글쓰기는 숨 쉬는 것과 같고, 생각을 기록하는 시간이며, 명상하듯 번잡스러운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고, 나를 깊이 탐구하는 성찰의 행위다. SNS에서 콘텐츠를 제작할 때도 타깃 대상보다는 나의 관점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내는 편이다. 그러니 속도가 붙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신 그만큼 꾸준히 할 수 있다. 내가 살아있는 한 소재는 나에게서 계속 생성되니까. 


꾸준함이 갖춰진 덕분에 이제는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내 이야기가 한 사람에게 더 가닿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과거를 돌아보면 안타까움이 남는 순간이 있다. 고등학생 시절, 함께 기독교 학생 모임에서 열정을 쏟아부었던 친구들 중 졸업 후, 그리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신앙생활과 멀어진 소식을 들을 때다. 그럴 때마다 여전히 그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친구들이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마찬가지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 내 글을 읽는 구독자, 내 콘텐츠를 보는 팔로워, 누가 되었든 한참 잊고 살다가 어느 날 문득 떠올라 나를 검색했을 때 '와, 이 사람 아직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네?'라는 반응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것이 내가 꾸준함을 놓치고 싶지 않은 한 가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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