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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l 18. 2024

행복은, 거기에 있었는지 몰랐던 걸 발견하는 것

나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이번 질문만큼은 아이와 아내를 배제한 오롯이 나, 개인의 행복을 떠올려 보려 했지만 역시 쉽지 않다. 이미 대부분의 삶이 가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 둘을 배제하고 생각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잠시동안 기억 속에 간직된 장면들을 떠올려 보았다. 첫 번째 떠오른 장면은 평일 어느 날 이른 아침 풍경이었다. 우리 부부는 아이와 셋이 나란히 누워 잔다. 제일 안쪽에는 아이가, 그 옆엔 아내, 그리고 내가 제일 바깥쪽이다. 어느 날 이른 아침, 화장실이 가고 싶어 잠에서 깼다. 부스스 눈을 뜨고 창너머로 스미는 햇살에 의지해 아내와 아이를 바라보는데 잠이 덜 깬 몽롱한 상태에서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둘은 흡사 복사 붙여 넣기라도 한 것처럼 같은 자세로 자고 있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이런 모습마저 닮은 듯 행복한 착각을 하게 된다. 


두 번째로 떠오르는 순간은 아이의 말장난을 볼 때다. 4세 아이는 일찍부터 말을 제법 잘했다. 이제는 말이 많다고 느껴질 만큼 쫑알거린다. 처음에는 어설픈 발음, 어설픈 단어와 문장에 웃음이 났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상관없는 것들을 제멋대로 연결해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 낸다던가, 노래 가사를 개사해서 부르는 정도가 되었다. 


가끔 나는 아이가 즐겨보는 콘텐츠의 음악 멜로디에 샤워할 시간이나, 치카를 해야 할 때, 잠을 자야 할 때 마음대로 가사를 붙여 마치 뮤지컬 하듯 아이에게 이야기하곤 한다. 그런데 아이가 그걸 같은 방식으로 받아칠 때면 매우 신기해서 아내와 함께 배꼽 잡고 웃는다. 


이 부분은 확실히 나를 닮은 모습이다. 말장난을 하는 건 언제나 나였으니. 


아빠가 되고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면 결국 아이가 우리를 닮은 모습을 발견할 때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부모에게 이보다 더 뿌듯한 순간이 또 있을까 싶다. 유전자의 신묘함을 느끼게 될 때, 우리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때,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가 한껏 웃게 될 때, 사실 이런 순간들이 행복이지 않을까?


행복은 특별한 순간 보다 일상 속에 가득 담겨있다고 믿는다. 삶에 치여 우리는 행복의 모먼트를 발견하지 못하고 살아갈 뿐이다. 이것이 일상을 허투루 흘려보내면 안 되는 이유다. 이것이 일상을 다른 것으로 인해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일상은 우리를 가장 우리답게 지켜주는 시간이다. 그러하기에 가장 신경 써야 하고 잘 보내야만 하는 건 일하는 시간이 아니라 그 외에 나에게 주어지는 일상이다. 결국 삶이 무너지는 건 일상이 무너질 때다. 일상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재충전할 수 있다. 


그러니 나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자. 행복은 매일 거니는 거리 한편에 피어있는 작은 꽃 한 송이를 발견하는 것과 같다. 조금만 천천히, 차분히 일상을 대해주자. 미처 발견하지 못한 행복을 찾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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