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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l 19. 2024

결국 나를 괴롭히는 건 나였다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20년간 전해 내려오는 말에 의하면 '평소 말하기를 좋아하는 알레씨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과 수다 한 움큼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자주 받았던 직장인일 때는 틈만 나면 친한 직원과 커피 한 잔을 하며 이바구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주상복합 구조로 되어 있던 회사 건물에는 지하부터 5층까진 쇼핑몰이 입점해 있었는데 덕분에 참 뻔질나게 돌아다니기도 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역시 움직이는 게 최고였다. 참고로 수다도 입을 쉬지 않고 움직인다는 측면에서 '움직임'의 범주 안에 넣었다.


대부분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사람 때문이었다. 생각의 결이 맞지 않는 타인과 공존해야 하는 조직 내에서 스트레스가 유독 심한 이유다. 비단 조직 내에서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중에도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는 많은 이유는 사람이었다. 


막상 써놓고 보니 내 안에 모순점을 깨닫는다. 사람을 좋아해서 사람들과 만나는 걸 즐겨하는데 동시에 사람이 나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라니.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스트레스받게 만드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남을 괴롭힐 작정으로 덤비는 경우가 아니라면 타인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조금만 방법을 찾으면 이리저리 피해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나를 괴롭히는 주체가 나 자신이니 방법이 쉽게 보이지 않았다. 마치 가려운데 손이 닿지 않아 긁지 못하는 등처럼 몸을 배배 꼴 뿐이었다.


내가 나를 괴롭히는 방법은 참 다양했다. 온갖 부정편향적인 생각을 한가득 품는 부정 마인드 공격, 매일 밤늦게까지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아침나절 몽롱한 상태로 보내게 만드는 도파민 중독 공격, 이 두 가지가 콜라보를 이루어 만들어 내는 자괴감 공격 등.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논쟁처럼 무엇이 시작인지 규명하기 어렵지만 어쨌거나 삶은 계속 나락을 향해 간다는 것 하나는 분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퇴사 후에 꽤 자주 맞닥뜨렸다. 삶에도 관성이 작용하기에 한 번 에너지가 형성되면 바로 제자리에 돌아오지 않아 일정 기간 흐름이 이어졌다. 보통 흐름이 끊어지는 건 약속이 있어서 일찍 집을 나서야만 할 때나, 목사님께서 새벽예배 진행을 맡겨 억지로 새벽에 눈을 떠야만 하는 상황에서였다. 즉, 타의에 의해서 흐름이 끊어지지 않으면 생각보다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벌써 퇴사 3년 차인데 이 정도면 나름의 방편이 생기지 않았겠나.


지금은 그래도 나름의 대응책이 생기긴 했다. 우선 원인을 명확히 인지하는 게 필요하다. 요즘처럼 날씨로 인한 건지, 아니면 비교의식이 발동한 건지, 혹은 생각지 않은 이벤트가 발생해 일상의 흐름이 깨진 건지 원인을 알아야 대응하기도 쉽다. 


날씨 탓이라면 솔직히 계절이 지나가기까지 최선을 다해 버티는 게 답이다. 계절적 요인은 덥고 습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니 이를 피해 시원한 카페나 공유오피스 같은 곳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가장 힘든 건 밤 잠을 설치는 건데, 뭐 이건 여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그저 잠들기 전에 찬 물로 샤워하고 일단 잠드는 게 지금까지 하고 있는 방법이다.


비교의식 발동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명약은 역시 디지털 디톡스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다른 사람들의 콘텐츠를 많이 볼 수밖에 없는데 진짜 부러움이 치솟는다. 세상엔 왜 이리 재주꾼들이 많은 건지. 주변에서 나에게 아무리 잘한다고 말해줘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월등히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에. 이럴 땐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최소화시키는 게 답이다. 비교 대상으로부터 멀어지지 않으면 끝을 모르는 수렁으로 딥 다이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각지 못한 이벤트로 인해 일상의 흐름이 깨어졌을 경우에는 그래도 회복 탄력성이 빨리 작동해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빠른 편이다. 어떤 이벤트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로는 누구를 만나는 약속이 잡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남은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행동인 만큼 일단 뒷감당을 각오하게 된다. 따라서 흐름을 되찾기 위해 뒷시간을 아주 밀도 있게 사용하는 편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문제없는 삶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스트레스 요인은 도처에 있다. 그러니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스트레스 상황이 오면 각별히 표현을 주의한다.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 모두 포함하여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절제하려고 애쓴다.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잘 통제하면 확산을 막을 수 있어 효과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면면을 잘 관찰하고 기록하면 나 사용 설명서를 구축할 수 있다. 원래 모든 대응책은 사건이 발생하고 난 뒤에 등장하기 마련이듯 최근 스트레스 상황을 겪었다면 한 번 잘 떠올려 보며 여러 각도로 분석해 보자. 상황은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나의 반응은 유사할 수 있으니 미리 매뉴얼을 만든다 생각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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