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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l 22. 2024

텅 빈 감정 상태에서 회복하는 방법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의 본 뜻은 비어있는 수레가 덜컹덜컹 요란하듯, 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떠들어 대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오늘의 내 기분은 조금 다른 의미로서 '빈 수레'에 빗대어 보고 싶어졌다. 


우선 거의 두 달가량 콘텐츠를 뽑아내다 보니 생각의 곳간이 텅 빈 느낌이다. 마치 오래전, 쌀통에 쌀을 담아두고 사용하던 시절에 버튼을 누르면 쌀이 '촤르르~'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텅 빈 줄 모르고 아무리 눌러도 더 이상 쌀이 나오지 않는 상태와 비슷하다.


생각도 흐름이 있어 한 가지 생각을 지속하면 아이디어를 빠르게 뽑아낼 수 있다. 그런데 흐름이 끊기면 이전의 흐름을 되찾기까진 오래 걸린다. 마치 달리는 열차를 바퀴가 닳도록 억지로 급정거시키는 것이 아닌 이상 빠르게 흐름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다. 


오늘은 이 답답한 감정 상태에 조금 더 머물러 보았다. 그랬더니 몇 가지 원인을 발견했다. 


1. 생각의 흐름을 완전히 깨버리는 이벤트가 발생한다. 오늘도 그런 하루였다. 평소와 다르게 흘러간 하루. 비 생산적인 시간 속에 꽤 오래 머물러 있다 보니 마음이 불편했다. 


2. 위와 같은 상황이 되면 머릿속에 팝업창이 계속 떠오른다. 인스타그램, 스레드, 블로그, 브런치, 내일 콘텐츠 기획, 내일 모임을 위한 기록. 게다가 돈 버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무료 PDF 나눔 소식에 혹해서 또 시간을 뺏기고. 말 그대로 떠오르는 잡념에 집중력을 완전히 도둑맞는다.


3. 당연히 'GOOD VIBE'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일전에 글에서도 언급했듯 'FEEL GOOD' 상태가 가장 생산성이 좋은 상태인데 그 상태를 벗어나 이미 하락세를 탔으니 효율성과 생산성은 점점 바닥이 된다.


4. 의미 없이 스마트폰을 자주 열어본다. 


5. 그럼에도 해야 한다는 강박이 발동하여 불편한 감정을 부여잡고 있다가 결국 새벽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든다. 


이 5가지는 빈 수레 모드를 발동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그래서 대응책으로 5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1. 이미 지나간 시간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만족스럽지 않게 지나간 시간에 오래 머물러봐야 의미 없는 후회를 하거나 환경 탓만 하게 된다. 


2. 디지털 디톡스를 한다. 아직 이게 가능한 정도라면 다행이다. 그렇지 않을 땐 아예 스마트폰을 꺼버리거나 안방에 두고 나오던가,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3. 좋은 감정 상태로 돌아오기 위한 행동을 한다. 신나는 음악을 듣는다던가 아니면 하다못해 쓰레기라도 버리러 나갔다 오면서 몸을 움직여 준다. 또는 샤워를 하던가 드라마 한 편을 보고 마음을 환기시켜 주는 것도 방법이다.


4. 이렇게도 저렇게도 안될 땐 그냥 노트북을 덮고 자는 게 상책이다. 잠이라도 잘 자면 내일은 보다 좋은 컨디션으로 시작할 수 있으니 차라리 일찍 자는 게 오히려 남는 장사다.


5. 마지막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다. 다행히 오늘은 글을 쓰면서 기분이 나아졌다. 글쓰기가 이럴 땐 정말 유용한 수단이다. 마음을 환기시켜 주고 어질러진 생각을 정리해 준다.


어쩌면 나의 꾸준함은 강박과의 모호한 지점에 있는 것 같다. 좋은 흐름일 땐 '꾸준함'이 제 역할을 하지만 흐름이 꼬일 땐 '강박'이 작동한다. '오늘 이것들 다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이제 원인도 알았고 대응책도 있으니 이제부터는 균형을 찾기 위해 적용해 보는 일만 남았다. 우선 이런 감정상태에 빠지는 건 주로 주말이다. 주중과 달리 콘텐츠 작업에 몰입할 수 없는 환경이 답답할 때가 많았다. 상황은 여유치 않은데 억지로 하려니 늘 마음이 부대꼈다. 


앞으로 주말은 최소한의 작업만 하는 걸로 마음을 바꿔볼 생각이다. 마치 퇴근하고도 일생각하는 것처럼 주말에도 콘텐츠 생각하느라 여가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주중에는 몰입하는 걸로!  


삶을 균형 있게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유연하게 컨트롤하는 게 가장 큰 난관일 줄은 몰랐다. 주중, 주말의 일과를 계획하고 지킨다는 이 단순한 것조차 실천하는 건 왜 이리 어려운 건지. 그래도 매일 글을 쓰며 나를 알아가니 앞으로는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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