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코칭 첫날 숙제를 몇 가지 받았다. 그중 한 가지가 '매일 거울 앞에 서서 3분간 쳐다보기'다. 3분이라면 육개장 사발면 하나가 익는 정도의 시간이며, 4분에서 5분 정도 필요한 봉지라면의 경우, 면과 스프를 넣고 거울 앞에서도 시간이 남아있을 만큼 짧다.
'뭐 이 정도야'라고 생각했는데 코치님은 처음에는 그 시간이 어색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이셨다. 그래서 예시로 나에게 들려줄 문장을 함께 제시해 주셨다.
집에 돌아와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MBTI로는 ENFP이며 수시로 거울 앞에서 이상한 표정을 지어보는 나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쳐다보려니 실로 어색하긴 하다. 어색함을 잊으려 괜스레 웃어 보기도 하고 눈알을 굴리기도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점점 익숙해졌고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한껏 웃으며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을 꺼내기 시작했던 게.
'알레야, 너는 네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큰 일을 해낼 거야.'
'알레야, 너는 네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부를 이룰 거고 그것을 흘려보내는 사람이 될 거야.'
'알레야, 지금의 너의 모습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지만 네 안에는 엄청난 씨앗이 심겨있어.'
이후로도 계속, 아마도 3분이 훨씬 넘도록 나직이 중얼거렸다.
지난주 목요일, 코칭을 받고 난 뒤로 매일 빠짐없이 나와 마주하고 있다. 그동안 글로 마주했다면 이번엔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바라본다. 신기한 것은 내가 나를 바라보는 것인데도 마치 타인을 바라보듯 낯섦부터 어색한 침묵의 시간을 지나야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끝날 땐 어김없이 왠지 모를 충만함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그 덕분일까? 요즘 매일의 감정 상태 중에 조급함이 제법 사라진 것 같다. 다른 때보다 차분해진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자주 나를 바라보며 살아갈까? 오래전에 들었던 일화 중 어렴풋이 떠오르는 게 있다. 아마 신입사원 때이거나 취업을 준비할 때 흘러 들은 이야기 같은데, 어떤 성공한 세일즈맨의 이야기다.
의욕이 넘치는 세일즈맨이 있었다. 그는 한결같이 자기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그의 최선에 비해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어느 날 그는 동료에게 한 이야기를 들었다. "A 씨는 항상 그렇게 표정이 진지해?"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 그는 사무실 책상에 손거울을 두고 수시로 자기 표정을 확인했다. 처음엔 억지 미소로 인해 얼굴에 경련이 오기도 하고 마음도 힘들었지만 매일 연습을 하다 보니 점점 자연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어느 날 다시 만난 그 동료는 "요즘 표정이 좋아졌네? 무슨 좋은 일 있어요?"라고 물었다.
그 말에 자신감을 얻은 A 씨는 그 뒤로 새로운 고객을 만나면 이제는 자연스럽게 미소 짓는 얼굴로 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좋은 실적을 쌓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 평소 얼마나 표정을 아끼며 살아왔는지 여실히 느끼게 된다. 낯선 공간, 세상 어색한 표정과 포즈로 잠시 멈춰있는 그 찰나의 순간, '평소에 표정 연습 좀 할 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나는 여러 표정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한 착각이었다.
코치님이 내주신 숙제의 의도를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의도와 상관없이 매일 3분간 나를 마주 보는 시간을 통해 나는 전에 없던 경험을 하고 있다. 배우가 아니고서야 자신을 모니터링하는 일은 잘 없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를 알기 위해선 꾸준히 나를 모니터링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2년간 팟캐스트를 하면서 녹음된 내 목소리에 익숙해지고, 내 발음습관이 어떤지를 알게 되었다. 3년간 글을 쓰면서 내 감정의 변화에 민감해졌고 나의 내면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3분간 거울을 바라보는 시간을 통해선 어떤 면모를 깨닫게 될지 기대된다.
어쩌면 이 시간은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며, 더 사랑하게 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