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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은 Aug 05. 2023

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나는 기다렸지.

깊은 물로 둘러 쌓인 이 섬에서 나가기 위해

누군가 나를 도와주러 오기를,

그전에 내가 홀로 날아오르기를

매일 먼 지평선을 바라보며 상상했지.

나는 것이 어떤 기분일까?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 같이 넓은 이 바다 위를

멈추지 않고 비행하는 자유를 꿈꾸었지.

그러나 시간을 계속 흘렀고

내 몸은 점점 더 무거워졌어.

어떤 날은 날갯짓을 하는 것도 힘이 들었지.

나는 아침이고 밤이고 먼 지평선을 바라보았어.

저 멀리 나는 이들의 날갯짓과

바다에 드리운 그들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나는 두 날개를 펴고 있는 힘껏 팔을 저어보았어.

높고 푸른 하늘을 향해.

하지만 도무지 애를 써도 몸은 뜨질 않았지.

눈물이 가득 차오르고 굵고 뜨거운 눈물방울들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할 때

어디선가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말없이 내 눈물들을 닦아주며 속삭였지.


“너는 지금껏 참 강하게 잘 살아왔단다.

많은 어려움들을 잘 극복하고 버텨냈지.

아이가 어른이 되듯 너 또한 그렇게 성장했어.

시련과 아픔들을 겪으며 세상에 대해 배우고

네 스스로를 견고하고 단단하게 다듬었지.

하지만 진정한 행복을 찾아 떠나려면

너의 그 견고하고 단단한 갑옷을 벗어야 해.

그동안 너를 지켜주었던 그 갑옷을 스스로 벗고

너의 가장 연약한 부분까지도 모두 드러내야 하지.

또한 네 안에 품어놓았던 모든 감정들도

함께 날려 보내야 한단다.

너를 아프게 하고, 무너뜨리고,

때론 어둠 속에 방황하게 했던.

너를 슬프게 하고, 네 가슴을 저미고,

때론 어쩌면 다시 행복해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만든 기억과 상처들 모두.

그 기억과 상처들이 네가 날아오르지 못하도록

너를 밧줄로 꽁꽁 매고 있단다.

그것들을 놓아줄 때 너는 진정한 구원을 얻게 될 거야.

저 하늘을 나는 것은 그 무한한 자유의 시작일 뿐.

네 앞에 펼쳐진 숨 막힐 정도로 경이로운 여정을

네가 나처럼 볼 수만 있다면

너는 아무런 미련도, 한치의 기다림도 없이

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날 것이야.

네가 평생 기다려온 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니까!”



Photos from Unsplash


바람은 따스한 손길로 내 볼을 쓰다듬어주었어.

나는 무엇이 그토록 무서웠던 것일까?

혹시라도 저 차갑고 깊은 물에 빠져

숨을 쉬지 못할까 봐 두려웠던 것일까?

혹은 딱딱한 모래바닥에 추락해서

온몸이 부서질까 봐 무서웠던 것일까?

아니. 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홀로 있는 지금이

가장 괴로운 것일지도 몰라.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과거에 갇혀

불안해하는 하루를 살아가는 지금이.

나는 편안하고 안전하고 익숙한 이곳을 떠나야만

내가 진짜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거야.

나는 분명 그 사실을 수도 없이 스스로 되뇌었었지만

매번 핑계를 대며 돌아섰었지.

하지만 이제는 숨을 쉬지 못하고 온몸이 부서지는

고통 따위는 두렵지 않아.

그것들을 이겨낼 힘

내 안에 존재함을 느끼기 때문이야

나라는 사람은 내 갑옷들을 전부 내려놓음으로써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깨달았어.

진정한 강함이란 원하지 않는 것을 놓아주는 것.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오로지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것.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 이 순간을 사는 것.

분노, 욕심, 그리고 욕망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나의 약함과 부족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사랑하는 것과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제야 비로소 나는 하얀 구름들처럼 한없이 가볍고 부드럽게 되어 

하늘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지만

동시에 모든 가능성이 존재하는 그 엄청난 곳으로.

나를 만나러 떠나는 길. 

이 길 위에서 그동안 나를 지켜주었던 녹슨 갑옷들과 

작지만 안락한 섬을 내려다보며 작별을 고했지.

그리고 앞으로 내가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

떠나보내야만 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


모든 것은 내게 잠시 머무는 것.

마치 내가 잠시 이 세상에 찾아와 머물다 가는 것처럼.

그런 내가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기쁘고 감사하게

열린 마음으로 뜨겁게 살아가는 것!

오직 그뿐일 것이니!


Photos from Unsplash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바람이 되어

따스한 손길로 다가가 속삭여주어야지.

그 견고한 갑옷들을 모두 내려놓고

나와 함께 푸른 하늘을 향해 여행을 떠나자고!





넷플릭스 우리의 지구 2를 보고

영감을 받고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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