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는 혀라는 메마른 사막을
뜨겁고 달콤한 과육으로 적시며
잠든 대지의 생명을 깨운다.
모든 세포들은 녹아 흘러내리고
한데 뒤엉켜 빛을 낸다.
간절히 짝을 찾는 영혼의 몸부림
세상의 모든 단어들이 응축되어
단 하나의 단어로 탄생되어 가는 과정
사랑, 그 아름답고 눈부신 빛을 찾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헤맨다.
델 듯 뜨겁고 강렬한 숨결
사르르 떨리는 가느다란 속눈썹
서로를 부둥켜안은 두 팔의 강인함
활짝 피어나는 육체의 향기
시간이 멈추고 순간은 영원이 된다.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빛을 내며
어느 순간 모든 것을 감싸 안는다.
그리고 우리는 영원 속으로 삼켜진다.
그곳은 절망도 고통도 없는 바다의 심연
오직 적막만이 존재하는 무(無)의 공간
인생의 모든 고독의 순간들도
영원 속으로 함께 삼켜진다.
오로지 사랑만이 타들어가듯 각인되어
몸과 영혼을 하나로 끌어모은다.
뜨거운 숨결과 떨리는 속눈썹처럼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
터질듯한 풍요로움으로 가득 찬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황홀의 세계
키스의 추억은
그 어느 꿈보다도 아름답고
그 어느 추억보다도 애절하다.
아, 다시 한번 너의 고결한 입술에
내 가난한 영혼 닿을 수만 있다면
뜨거운 사막을 온종일 걸어서라도
이 세상 끝까지 너를 찾아갈 텐데.
나는 눈을 감고 수천번 수만 번 그랬듯이
너를 떠올린다.
온몸이 떨려온다, 너의 기억만으로도.
사랑, 그 흔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단어가
내 세상을 거꾸로 뒤집고 좌우로 흔든다.
나는 또다시 힘없이
광활한 우주의 어둠 속으로 떨어진다.
아무것도 잡을 수 없고 잡히지도 않는 세계
내 몸과 영혼은 꽃잎처럼 부드러운 너의 입술과
꿀처럼 감미로운 너의 혀에 사로잡혀 길을 잃었다.
내 두 눈은 멀고 숨은 멎는다.
온몸에는 전류가 흐른다.
나는 가장 깊은 곳의 나를 만난다.
온통 새하얀 세계
따뜻하지도 춥지도 않고
아무 냄새도 소리도 없는
무의 세계 한가운데서
나의 몸이 사라진다.
내 두 손과 두 발
나의 가슴과 머리
하지만 나는 아직 호흡하고
바라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전보다 더 선명하고 더 깊게.
나의 세계는 사라지고
나의 자존심도 상처도 모두 사라진다.
나의 걱정과 두려움도 함께 사라진다.
예전의 나는 더 이상 이곳에 없다.
미래의 나도 더 이상 이곳에 없다.
이곳엔 오직 저 거대한 바다를 끓어 넘칠 듯
붉게 타오르는 태양만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
나의 연약한 육체와 그보다 더 연약한 영혼을
꿰뚫어 바라보고 또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는 그 맹렬한 검은 눈빛에서
나는 봄의 실체적 형태를 느낀다.
있는 그대로의 봄 (seeing)
나를 판단하거나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고
그저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무한히 깊고, 무한히 따뜻한 그 눈빛 속에서
나는 완전한 받아들여짐을 느낀다.
엄마의 뱃속 안에서 내 작은 몸을 감쌌던
꿈처럼 보드라운 자장가 소리 같은.
낯선 세상에 도착한 내가 온 힘을 다해 울 때
나를 살포시 안아 달래주었던 손길 같은.
아무 힘도 지식도 돈도 없는 나약한 나의
작은 볼에 닿았던 입술의 감촉 같은.
시도 때도 없이 허기졌던 굶주린 나의 배를
든든히 채워주었던 우유의 달콤함 같은.
잠든 나를 안아 올려 등을 토닥거려 줄 때
꿈속에서 맡았던 익숙한 체취 같은.
완전한 받아들여짐은
나를 처음으로 되돌린다.
모든 것이 낯설었던 첫 순간으로,
모든 것이 소중했던 첫 경험으로.
슬픔도 괴로움도, 분노도 미움도,
원망도 외로움도, 질투도 아픔도,
아무것도 없었던 처음으로.
오직 나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미지의 세상의 미소로 빛나는
지금 이 순간으로!
내 의식의 가장 밑바닥
나라는 존재의 중심부에
어느 순간부터 차곡히 쌓였던
인생의 설움과 허무함이,
그 누구도 제대로 알아줄 수 없을 것이라
믿었던 그 깊고 어둔 골짜기가,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하고 외로이 메말라
버려질 줄 밖에 몰랐던 거센 혼돈이
폭풍의 눈 속처럼 고요해진다.
고요해진다.
깊고 어둔 골짜기는
뜨겁고 달콤한 과육으로 차오르고
한때 버려졌던 혼돈은
대지의 생명들과 함께 깨어나 춤을 춘다.
폭풍의 가장 안쪽에서는
모든 과거가 녹아 흘러내리고
한데 뒤엉켜 빛을 낸다.
간절히 나 스스로를 찾는 영혼의 몸부림,
세상의 모든 단어들이 응축되어
단 하나의 단어로 탄생되어 가는 과정.
사랑, 그 아름답고 눈부신 빛을 찾아
오늘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헤맨다.
일상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느끼는 순간
시간이 멈추고 순간은 영원이 된다.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빛을 내며
어느 순간 모든 것을 감싸 안는다.
그리고 우리는 영원 속으로 삼켜진다.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완전히 받아들여짐을 느낀다.
그렇게 우리 둘은 하나가 되어
마침내 지금 이 순간으로 되돌아온다.
처음과 마지막
시작과 끝
생과 사
온 생에 걸쳐 내가 찾아 헤매었던
사랑은 바로 여기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나는 비로소 서서히 밝아오는
새벽빛 속에서 깨닫는다.
약 4개월 전 보스턴 미술관에서 로댕의 작품 <Eternal Spring (영원한 청춘)> 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굉장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그 감동을 글로 써내버려고 노력했지만 마음대로 쉽게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젯밤 읽던 존 카밧진의 <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 챙김 명상>에서 "그대로의 봄(seeing)"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을 꿰뚫고 나를 빛으로 인도했습니다. 내가 느낀 감동을 당신에게도 한 움큼, 아니 모래알만큼이라도 전달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고 좋을까요? 부족한 실력을 더욱 늘려 그 감동을 그대로 온전히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