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큰 집이 하나 있습니다.
그 집안에는 방들이 있습니다.
큰방들 안에 작은 방들이 있고
또 그 작은 방들 안에 더 작은 방들이 있습니다.
가장 작은 방안에는 사람이 한 명씩 살고 있습니다.
나도 어느 방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그 안에서 먹고 자고 놀고 일하며 살고 있습니다.
가끔 외로우면 창문을 열고 이웃집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며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밤이 되면 다시 나의 방으로 되돌아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홀로 잠이 듭니다.
아침이 되어 다시 눈을 뜹니다.
나는 다시 나의 방 안에서 열심히 생활합니다.
열심히 생활하는 것이 좋은 삶,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날이 저물 때까지 열심히 생활하고 나면
어느새 창가밖으로 내려앉은 어둠이 보입니다.
매번 노을을 보아야지 보아야지 하면서
매번 놓쳐버리고 맙니다.
하늘을 금빛으로 고요히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볼 때면
내 마음에는 깊은 평화가 찾아옵니다.
쉼 없이 변화하는 노을의 다양한 표정들이
마치 내 마음 같기 때문이 아닐까요?
혹은 그 노을을 푸근히 품어주는
하늘의 마음을 닮고 싶어서 일까요?
아, 노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에는 다시금 깊은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나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내 방 문을 바라봅니다.
저 문 너머에도 나와 같이 하루의 끝에
노을을 바라보며 기쁨과 평화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존재하겠지요?
노을을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들의 마음이 만나 저 금빛 노을보다 더 아름다운
빛으로 세상을 물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방문을 향해 걸어갑니다.
그리고 손을 뻗어 문 손잡이를 잡습니다.
가슴이 빨리 뛰고 호흡이 빨라집니다.
두 눈은 크게 떠지고 긴장이 온몸에 퍼집니다.
나는 다시 눈을 감고 노을을 떠올려봅니다.
그러자 순식간에 내 마음엔 노을빛 평화가
작은 새처럼 내려앉아 기쁜 노래를 부릅니다.
내 얼굴엔 큰 미소가 번집니다.
문 손잡이를 잡은 내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나는 지금 이 문을 엽니다.
그리고 이 문 너머에 어느 방안에 있는 나와 같은
당신을 찾아 떠나보겠습니다.
당신이 지금 어느 방에 있던지
우리는 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어디에 있던지
당신을 끝까지 찾아가겠습니다.
그러니 우리 함께 노을을 기억하며 용기를 내어
방 문을 열고 나와봅시다.
꽃이 고요함 속에서 천천히 피어나듯
우리들도 아름답게 천천히 피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미소와 사랑으로
세상의 모든 하늘들을 금빛으로 물들일 것입니다.
만일 그대가 그대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대는 모든 사람을 그대 자신을 사랑하듯 사랑할 것이다. 그대가 그대 자신보다도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하는 한, 그대는 정녕 그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대 자신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한다면, 그대는 그들을 한 인간으로 사랑할 것이고 이 사람은 신인 동시에 인간이다. 따라서 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서 마찬가지로 다른 모든 사람도 사랑하는 위대하고 올바른 사람이다. -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만일 내가 참으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게 된다. 만일 내가 어떤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