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비
짙은 안개가 무거워져 가는 비로 뭉쳐내리는
새벽은 심난하기도 합니다.
앞선 차들이 비상등을 켤 때마다 철컥 겁이 납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일어나
길이 지체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좀처럼 걷히지 않는 안개처럼
열리지 않는 길에서 속도를 내지 못합니다.
젖은 노면에 미끄러질까 조심스러워집니다.
채널이 맞혀지지 않아 소음이 끓는 라디오에선
사고소식과 정체구간을 수시로 알려줍니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의 방향으론
불상사가 없었으면 하며 조마조마합니다.
한순간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나만 조심한다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주의를 다하고 운이 좋기를 기대해야 합니다.
시야가 제한된 안갯속에 감금된 채 새벽어둠이
봉인에서 풀려나기를 속수무책으로 기다립니다.
장애물이 있다고 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