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각질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입술 각질


입술이 트는 횟수가 점점 늘어납니다.

건조해진 외부 환경 때문이라고 돌려 말하기가 애매합니다.

사계절 내내 입술의 수분이 금방 말라서

립밤을 호주머니에 항상 지니고 다녀야 합니다.

몸의 다른 부위처럼 노화의 징조일 수도 있을 겁니다.

붉은 빛깔이 옅어지고 백화가 진행되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물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혀를 돌려 침을 바르기도 합니다.

위아래 입술을 오물거려 서로의 마찰열을 일으켜서

피부가 일어나는 속도를 늦추려 하지만

거칠게 일어서 있는 입술의 겉이 벗겨지고 나서야

개운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 일도 그럴 겁니다.

상처가 자주 날수록 아무는 속도도 빨라져 덧살이 늘어나듯이

상흔마다의 끝을 보아야 다음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트고 재생하는 사이가 짧아질수록 입술 세포의 분화가 빠를 겁니다.

이전의 입술도 치유된 입술도 나의 일부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수없이 트고 아물 입술처럼

나를 아프게 하는 생채기들도 돋아났다 딱지가 질 것입니다.

약을 바르고 휴면을 취하기도 하며

그때마다 마음속에서 발원하는 치유력에 순응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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