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사용법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지우개 사용법


한 사람의 자취를 찾아 다니며 지우는 일은

망설여지고 쓸쓸한 일이다.

같이 만들어왔던 추억도 지워내고

그 사람이 안고 있던 상처도 지워야 한다.

더불어 나에게 붙어있는 생채기도 털어내야 한다.


한 사람의 행적을 따라가야 하는 일은

나를 지우기 위해 찾아가는 자해의 여정이다.

그 사람보다도 먼저 나를 지워야 한다.

내가 먼저 아프지 않고는

그의 생애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가 걸었던 길목에서 서성이고

그가 말을 걸었던 잎 넓은 마로니에 밑에서 주저앉고

좁은 창을 통해 나란히 눈발 날리는 거리를 보던

카페에서만 들을 수 있던 이문세의 노래들도

이제 멀리해야 한다.


지우개가 지나간 자리는 흔적이 남는다.

그 사람이 남기고 간 최후의 눈물이다.

한 생을 통으로 남긴 잔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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