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을 품다
나무가 틈을 벌려 내놓은 길은 좁을수록 정감이 깊어집니다.
가지와 가지가 닿고 나뭇잎들은 다른 나뭇잎들과
서로의 몸을 부딪치며 함께 숲을 풍만하게 만들어갑니다.
윤기가 나는 나무의 몸통을 손바닥으로 공명하며
타박타박 급할 이유가 생기지 않는 느린 걸음으로 녹음을 품는 날은
고까웠던 사는 일들에 감염되었던 푸른 멍들이 옅어집니다.
때죽나무가 산바람에 종알거리는 하얀 종꽃들을 흔들어 반겨줍니다.
아카시나무는 꽃무리로 만들어낸 향기로 숲을 마취시킵니다.
갈수록 두꺼워지는 녹음을 다발로 엮어 그대의 손에 쥐어주고 싶습니다.
풀잎도 풀꽃도 예쁨을 뽐내지만 그대에게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대가 이미 나를 눈멀게 홀려버렸기 때문입니다.
좁은 길로 어깨를 맞대고 걸으며 녹음보다는 그대를 더 깊게 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