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어봤다
이팝나무가 싱그럽게 꽃을 피우고 있다. 5월이다. 환한 햇빛을 반사시키는 이팝나무 그늘에서 그냥 웃는다. 마른 몸이 보기 싫어서 살을 좀 찌워봐야겠다고 평소 식습관보다 조금 더 먹고 있고 걱정거리들을 신경 써서 멀리하고 있다. 팔과 다리에는 좀처럼 살이 붙지 않는데 배만 불룩해졌다. 걱정을 하지 않으려는데 밀쳐놓은 잡생각은 여전히 마음의 무게를 늘린다. 부작용이다. 몸과 마음이 나태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의도를 빗나간 권태가 싫지 않다. 날카롭게 각을 세우며 살고 있지 않아서 좋다. 받아들임. 무던함. 쓴 물이 넘어오는 날을 살아가는 시간을 이젠 버텨내기 힘들다. 풀리지 않는 숙제 속에 갇혀 지내야 하는 시간이 아깝다. 다른 나였으면 좋겠다. 겉멋이 들고 싶다. 조금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윤기 나는 옷을 입고 반짝이는 액세서리로 나를 치장해 주어야겠다. 어설프게 일을 맺지 못해도 괜찮다고 등을 두드려 주자. 못하는 일은 못해서 안 하면 되고 거슬리면 무시하면서 살자. 실없이 그냥 좀 웃자. 진득하게 참음을 자랑스러워하던 내가 낯설어지면 좋겠다. 5월에는 이팝나무 꽃만큼만 흰 이를 드러내 놓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