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풍란
속절없다는 말은 이제부터 지니고 싶지 않습니다.
한없다는 말에는 근접해 있지 않으려 합니다.
살 수 있는 모두의 날마다 두근대고 싶습니다.
돌부리와 나무껍데기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척박함에도
피워 올린 꽃만은 고상함을 뽐내는 나도풍란처럼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삶에 만족하겠습니다.
이끼가 품고 있는 물기를 공유하며
속절없지 않게, 한없지 않게 지금을 유지하렵니다.
구체화되지 않은 내일의 희망이 밉습니다.
막연히 될 거라는 떨어지지 않는 집착은 믿지 못하겠습니다.
나의 피어오름은 오늘에서 멀리에 두지 않아야겠습니다.
숨이 붙어있는 현재에서 최선을 다해 나는 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