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풍란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나도풍란


속절없다는 말은 이제부터 지니고 싶지 않습니다.

한없다는 말에는 근접해 있지 않으려 합니다.

살 수 있는 모두의 날마다 두근대고 싶습니다.

돌부리와 나무껍데기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척박함에도

피워 올린 꽃만은 고상함을 뽐내는 나도풍란처럼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삶에 만족하겠습니다.

이끼가 품고 있는 물기를 공유하며

속절없지 않게, 한없지 않게 지금을 유지하렵니다.

구체화되지 않은 내일의 희망이 밉습니다.

막연히 될 거라는 떨어지지 않는 집착은 믿지 못하겠습니다.

나의 피어오름은 오늘에서 멀리에 두지 않아야겠습니다.

숨이 붙어있는 현재에서 최선을 다해 나는 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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