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의 기술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거리두기의 기술


먼저 이로움을 바라지 않아야 한다. 앞뒤를 재면서 유불리를 따지다 보면 적당한 거리를 둘 수가 없어진다. 가족을 제외하고 지척의 거리를 내어주면서 집착할 사람은 없는 편이 낫다. 관계가 상처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복잡해지면 부담만 가중된다. 심적인 부담, 경제적 부담, 시간 배분의 부담. 그러므로 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간결한 관계가 좋다. 주고받아도 빗이 되지 않는 거리가 적절한 거리다. 친구에게는 호감의 거리를, 동료에게는 믿음의 거리를 허락하면 된다. 애정의 거리가 개입되면 불상사가 난다. 애정은 조건을 개입시키지 말아야 하므로 이로움을 바라다가는 일방적인 구애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혼자일 수 있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외로움의 거리가 필요하다. 자기 성찰의 거리가 외로움의 거리다. 무료를 견디는 거리,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고 차분함에 빠질 수 있는 거리가 불편함을 준다. 그렇지만 과잉의 관계에 젖어들지 않도록 객관적 자아를 지켜준다. 혼자라서 불편한 것이 아니다. 불완전한 시간이라고 자책하는 것이 불편하게 한다. 편리한 거리가 자아의 자유를 통제한다. 사생활을 공생활로 만들면 더불어라는 편리를 줄지는 모르지만 사적 공간이 침해받게 된다. 다자간의 거리는 나를 지키는 통제 범위에 있어야 한다.


민감해지려는 눈치를 버려야 한다.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상대에게 미안하다는 자책을 가질 필요 없다. 나의 거리만큼 상대의 거리를 지켜주면 된다. 거리는 상호의 거리여야 한다. 나를 지키는 거리가 상대를 지켜주는 거리임을 믿어야 한다. 배려의 거리가 눈치의 거리는 아니다.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나의 눈치를 봐야 잘 된 거리를 둘 수 있다. 거리의 좁고 넓음이 상처가 된다. 귀찮음의 상처, 서운함의 상처는 결국 내가 감당해야 한다. 좋은 관계의 유지는 거리두기의 기술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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