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의 힘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카페인의 힘


하루에 세잔 정도를 마시며 시간과 대화를 하며 지내온 것이 십여 년이 넘었다. 커피를 홀짝이며 조용하게 쓴맛에 길들여지는 시간이 나에게는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일에 조급해지고 있었다면 조급함을 눌러 앉혔다. 곁에서 멀어진 사람이 떠올라 그리움이 심장에서 돋아나면 그때로 돌아가 회한에 잠겼다. 커피는 사색이었고 정이었다.


얼마 전부터 커피를 줄이고 있다. 한 번에 마시는 양도 줄이고 횟수도 줄인다. 카페인이 나를 지나치게 각성시키고 있어서다.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숙면을 할 수가 없어졌다. 어떤 날엔 아예 단 한 숨도 자지 못하고 뒤척이다 날을 세우기도 한다. 눈을 감고 있어도 또렷해지는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상념들에 밤이 마비가 되어버린다. 자책이 되는 일, 결과가 좋지 않았던 일, 정을 떼어내야 했던 사람, 그래도 보고 싶은 사람. 카페인의 힘이 밤을 난장으로 만든다.


하지만 여전히 커피를 끊겠다는 헛된 말은 하지 못하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을 끓이고 봉지커피를 따서 잔에 담는 일이 즐겁다. 물을 붓자마자 확 퍼져 나오는 향기에 몸이 살아난다. 혀끝에서 시작한 쌉쓰르함이 달큼하게 목을 넘어가는 맛이 살맛이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끊으라면 끊겠지만 커피는 끊지 못하겠다. 해가 지는 쪽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며 마시는 오후의 커피를 삼가야 하는 안타까움이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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