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 가을장마가 난입하다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응급실에 가을장마가 난입하다
태풍이 열대성 저기압으로 탈바꿈을 한 먼바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호우특보가 유지되고 있는 가을장마의 위력을 보고 있다. 사흘째 굵은 비가 퇴색되지 못한 채 아직 준비되지 않은 나뭇잎들을 나무로부터 분리시킨다. 해안가에 퍼붓는 물폭탄이 묶인 배들을 가랑잎처럼 흔들리게 하고 역류하는 물은 도심 복판에 파도를 치며 생활을 침수시키고 있다. 폭우 속을 달리는 엠블런스의 수선한 소리가 귀를 거슬리게 하지만 저마다의 삶에 매달린 절박함을 이해한다. 백신을 맞자마자 과민반응이 발작한 아내를 부축해 구급차에 올려놓고 마음이 서둘러 불안하다. 살자는 모험을 죽자고 해야 하는 현실로 가을장마가 빗물을 여전히 퍼 나른다. 주삿바늘이 들어갔다 나온 자국은 볼 수 없다. 그러나 파르르 떨리는 팔의 통증이 가볍지 않게 묵직하다. 잠시 삶의 궤도를 이탈한 사람들이 멈춰있는 응급실에 정숙하게 가을장마가 난입해 걱정스러운 일탈을 침수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