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기
소란을 질러대는 낡은 창틀의 뒤틀림 소리에
까무룩 하던 정신을 놓았다 챙겼다 하다가
곤한 아침을 맞이합니다.
더위가 맹폭인 팔월의 하루가 또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밤사이 혼란한 잠결로 소원해졌던 얼굴들이
빗속을 뚫고 찾아왔다 어색한 안부를 묻고
떠나가기를 반복했습니다.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고 환하게 웃기도 했습니다.
소식을 전하지 않은지 꽤나 지체한 시간들이
빗줄기처럼 무의식을 사선으로 파고들었던 듯합니다.
찬물로 세수를 하다 마주한 거울 속의 얼굴이 낯섭니다.
오래도록 안면을 살피지 않았습니다.
잔물결 같은 주름이 전체에 골고루 퍼져있습니다.
시간을 찍어놓은 듯 기미들이 세세히 박혀있습니다.
입추가 지나야 여름이 절정이듯
생의 반나절이 꺾인 완숙한 절정이
얼굴에 절경을 새겨놓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