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를 낮추다
침대 높이를 조절했다. 매트리스 하나를 뺐다. 앉아서 다리를 내리면 방바닥에 발바닥이 닿지 않는 불편을 방치했었다. 그냥 귀찮아서 그랬다. 가구를 움직여 재배열하는 것만큼 쓸모없는 힘의 소모가 없다고 생각해서다. 높은 위치에서 잠을 계속 자다 보니 개운한 감도 떨어지고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오다 바로 바닥에 닿지 않아 발을 헛디디길 여러 번 했다.
가을비가 계속 오는 연휴라서 그랬나 보다. 할일없이 리모컨 여행을 하다 좁은 방을 높다랗게 채우고 있는 침대가 거슬렸다. 두꺼운 매트리스를 빼냈다. 안 쓰던 힘을 쓰니 식은땀이 났다. 안 하던 짓을 하는 데는 거추장스러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프레임 위에 두툼한 토퍼만 올려놓았다. 딱딱할 거란 편견이 무색하게 높이도 쿠션감도 안성맞춤이다. 변화를 주고 그 변화가 바로 마음에 드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가을비 때문에 실행한 답답함의 탈출 일탈이 그럴싸하다.
지나치게 높은 곳을 바라보며 살았던 것은 아닐까. 더 행복하자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더 조건이 좋은 사랑을 찾아서. 기껏 침대의 높이를 내리면 수면을 위한 편의가 개선되듯 삶에서 추구하는 높이도 낮추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편한 것 중에 마음 편한 것이 삶에 최우선이라는 것을 침대를 낮추며 새삼 얻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