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눈 내리는 자은도에서
눈이 내리는 날에는 살얼음이 낀 갯벌을
느리게 걷듯 뻘배를 밀며 자은도로 가고 싶다.
먼바다로 밀려나고 있는 바닷물을 가르며
섬과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싶다.
해풍을 타고 트위스트 리듬을 추는 함박눈을
머리에 이고 파도처럼 너울대고 싶어 진다.
한 번도 흥겨워지지 않고 있는
삶을 위로하는 바보춤이라도 추고 싶다.
질척이는 뻘에 발이 닿아야
겨우 한무릎 거리를 나아가겠지만
마음껏 빨라본 적이 없음에 적응된 지 오래다.
겨울눈이 흐드러진 꽃잎처럼 내리는 날이면
멈출 생각도 못한 채 살고 살아왔던 생을 밀듯
바다를 품에 품은 섬 그러나 바다에 안겨있어야
스스로가 섬이라 부를 수 있는 자은도로 가고 싶다.
바다가 되고 싶다, 섬이 되고 싶다.
아니다 아니야, 세상을 덮고 있는 눈발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