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지 않고 이기다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이기지 않고 이기다


어떤 싸움은 원하지 않아도 해야 한다. 어떤 싸움은 모든 힘을 다해 덤벼들어야 한다. 사는 동안 사는 것 자체가 싸움이다. 나와의 싸움, 너와의 싸움 그리고 우리와의 싸움. 대상은 항상 다르기도 하지만 같을 수도 있다. 시간과의 싸움, 공간과의 싸움, 환경과의 싸움. 생명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구별이 의미 없다. 이기고 지는 것이 반복된다. 모든 싸움에서 이길 수는 없다. 모든 싸움에서 물러나는 것도 아니다. 앙금이 남는 싸움도 있고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는 싸움도 있다. 오래도록 지속해야 하는 싸움이 있는가 하면 단 한방으로 끝이 나는 싸움이 있다.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기도 한다. 물리적 힘이 동원되어야만 끝에 이르기도 한다. 나만의 싸움에서 멈추지 않고 다른 싸움에 개입되기도 한다. 명분을 위한 싸움, 이득을 위한 싸움, 싸우기 위한 싸움. 결말이 없이 반복되거나 끝에 도달하지 못하고 계속해야 하는 싸움도 있다. 모든 싸움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말 기술, 몸 기술, 심리적 기술. 기술은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확실한 비교우위의 수단이다. 하나의 싸움을 통해서 다음의 싸움을 이어갈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경험이다. 경험은 기술의 바탕이다. 이기거나 지거나보다 참여 자체가 의미 있는 싸움이 있다. 이런 싸움은 싸움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유불리를 따르지 않아야 하므로 개입의 완급이 필요하다. 싸움의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것이 싸움이다.


싸움을 좋아하지 않든지, 호전적이든지 상관이 없다. 싸움을 중단하지 못하고 산다. 삶이 싸움이다. 내가 그만둔다고 종료되지 않는다. 싸움이 끝나면 생도 종결이다. 싸워야 살아갈 수 있다. 싸움은 숨을 쉬는 것과 같다. 그래서 싸움으로부터 상처받고 싶지 않다. 상처를 남겨주기도 원하지 않는다. 이기지 않고 이기고 싶다. 지지 않고 지고 싶다.


싸움의 그물에 포획된 채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에게 원망을 남기지 않는 것.

악착같이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하려 하지 않는 것.

승부를 떠나 내 삶의 플레이에 집중하는 것.

싸움은 당당하게 임하고 결과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이기지 않고 이기는 싸움의 기술을 연마 중이다.


이전 12화용서하는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