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산문에 들다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동백 산문에 들다


비가 멈춘 백련사 동백숲은

물기가 마르지 않은 꽃을 바닷물이 빠져나가

갯벌이 육지와 연결한 가우도를 향해

통째로 떨어지고 있었다.

산을 넘지 못한 채 해탈문에 걸린 먹구름이

대웅보전을 지키는 배롱나무와 평행을 이룰 때쯤

동백숲에는 수직으로 내려오다 구름에 막힌 햇살에

잘게 잘린 무지개가 으깨어지고 있었다.

서로의 거리가 좁아 어깨가 결리는 동백나무들이

강진만을 향해 잎 무늬를 뻗쳐내는 사이를 걸어서

나는 해풍에 가슴을 말리며

붉은 산당화를 깨워야 했다.

합장한 손 위로 눈을 감은 고개를 올리며

동백 산문에 들어설 때

등 뒤로 봄기운이 따라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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