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꽃밥


고봉으로 쌓아 올린 밥을 앞에 놓고서

수저를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글거리는 된장뚝배기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뱃속을 요동치게 하지만

아직은 밥상에 덤벼들 때가 아닙니다.

봄볕이 좋다고 창문을 열어놓은 채

밖을 향해 상을 펼쳐놓았습니다.

수양벚나무 한그루가 멋스럽게

꽃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한낮의 풍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빈 배를 채우는 것보다 자태가 고운

꽃향기가 더 고팠나 봅니다.

밥상을 차리기 전 꽃 안주만 하게

거한 안주가 있겠냐며 주고받았던

막걸리 잔은 바닥이 드러난 지 오랩니다.

채우지 않고 있는 술잔에 바람을 불러 타고

날아든 꽃잎이 들어앉아있습니다.

손을 타지 않은 흰밥 알 위에도

꽃잎이 덮어 내리고 있습니다.

"예뻐서 손대질 못하겠다."

수저를 들다 내려놓는 당신의 목소리가

비현실적으로 파동 쳐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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