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비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새싹비


나무에 싹이 트는 모습은 봐도 봐도 경이다.

가지마다 감추고 있던 몽글거림을 한순간 밀어낸다.


축축하게 젖은 몸통이 빗물을 흠씬 빨아들이고

포용할 수 없는 나머지를 흘려내고 나서면

낌새를 보이기만 했던 새순이 잎이 되어 있다.


4월의 봄비는 나무에게 새싹비다.

부유하는 미세먼지를 가라앉히고

나설지 말지 머뭇거림의 경계를 허물어준다.


아그배나무 아래에서 비를 맞이하는 어깨가

묵은 껍질을 벗겨내듯 움츠림에서 깨어난다.

나에게도 봄비는 다시 시작하라는 명령어다.

이전 10화꽃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