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지웠다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이름을 지웠다


오래도록 가슴에 두었던 이름을 지웠다.

풀어낼 수 없었던 안쓰러움을 벗었다.

영혼에 각인된 연락처를 삭제하면서

내 삶의 전부였던 그때를 뭉텅 떼어냈다.

잊어야 한다는 허전함에서 해방되었다.

안타깝지만 후련해졌다.

놓아주는 것이 나에게도, 그에게도

위함이 되는 것이었다.

진작 지우지 못하고 있던 이름을 이제야 잊었다.

사랑도 때가 되면 벗겨야 한다.

놓지 못하면 집작이 될 뿐이다.

집착은 서로를 불행의 수렁에 밀어 넣는다.

한입에 소주잔을 털어 넣듯 오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췌장에 감춰두었던

부를수록 배고팠던 이름 하나를 소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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