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손톱을 깎으며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새끼손톱을 깎으며


필요를 다하면 깎아내야 한다.

지니고 있을수록 거부감을 준다.

몸의 일부였지만 이어진 다른 부위를

거추장스럽게 한다면 필요를 다했다는 것이다.

끌어안고 있을수록 불편해진다.

떨어내기 아깝더라도 덜어내야 뒷날이 깔끔해진다.

품고 있는 감정을 모두 쏟아부어야

마음에 닿을 수 있다고 믿었다.

줄 수 있을 때 다 주어야 나에게

익숙해질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나 나 아닌 다른 이에게 닿는다는 것은

서로의 교감이 먼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간과했나 보다.

다가가려 애쓸수록 거부를 당하는 일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부끄럼이 시간의 곳곳에 숨어든다.

원하지 않는 부름에 응해야 하는 것처럼

속이 더부룩해지는 날을 수용하며 간절함이 까실거린다.

잘 쓰지 않던 새끼손톱의 길이가

나를 향해 상처를 낼 것처럼 날이서 있다.

거추장스러운 기억을 끊어내듯

손가락에서 분리해야겠다.

나를 돌봐주는 쉽지 않은 출발은

사소한 불편으로부터 멀어지는 것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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