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팥빵 네 개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단팥빵 네 개


우리 동네 근린상가 옆골목 허름한 빵집에서는 골라 담아 빵 네 개에 이천 원으로 행복을 베푼다. 십오 미터 옆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빵가게가 성황 중이고 그 맞은편엔 화려한 아이스케이크 간판이 번쩍이지만 나는 상호도 없는 네 개 빵집이 좋다. 그곳에서 풍겨 나오는 사람 냄새가 좋다. 쟁반을 들고 보기 좋게 진열장에서 멋을 부리고 있는 빵을 골라 담는 것보다 이거, 저거 하고 짚어주면 비닐봉지에 골라 담아주는 주인의 손 냄새가 베이는 빵이 더 좋다. 비싼 맛보다 싼 맛의 정성이 입맛을 달군다. 나의 최애의 빵은 단연 단팥빵이다. 꽈배기보다 슈크림빵이나 쵸코 케이크보다 검붉은 팥이 듬뿍 속이 된 단팥빵이 싸구려 같은 삶을 액땜해준다. 붉은색이 잡귀를 쫓아준다는 팥의 권능이 한몫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단팥빵 네 개에 이천 원, 가벼운 주머니를 탈탈 털어 사서 봉지를 건들거리며 집으로 향하는 행복이 즐겁다. 팥 앙고처럼 달달해진다. 아침에 눈을 비비고 뜨면 명상을 하듯 오늘을 안전하도록 살아갈 설계를 하며 단맛이 나는 빵을 곁들여 모닝커피를 마신다. 커피의 쓴맛을 팥고물이 중화시켜준다. 아침 배가 부르면 살맛이 난다. 싸서라기보다는 사람의 정을 아껴먹을 필요가 없어 좋다. 우리 동네 옆골목 모퉁이엔 행복을 골라 담는 빵 네 개에 이천 원 빵집이 사람 냄새를 뿜어대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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