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
미워할 권리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살아라, 베푸는 삶을 살아라, 용서하며 살아야 복을 받는다. 라며 지치지 않고 조언들을 쏟아내며 정신적 위로를 주는 아이콘으로 이미 유명하거나 새로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주장하는 바가 비슷비슷하다. 언뜻 들으면 한 사람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만큼 지향하는 바가 하나의 귀결점을 향해가기 때문일 것이다. 여럿의 각기 다른 표현들이 방식과 과정의 차이가 다소 있을 뿐 내용은 같음을 본다. 질적차이도 별반 없어 보인다. 각종 책과 공중파, 유튜브 등을 타고 널리 알려진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살아야 하는 사회가 각박해져 있기 때문에, 물질을 추구하는 삶이 우선시되고 있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의 간격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멀어져 있기 때문에. 그 치유를 위해서는 정서적 안정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마음의 치유가 몸의 부자유를 치유해 줄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물질의 부족을 정신이 보완해 준다는 것을 믿는다. 그러나 지나친 부족감을 메워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갈 마음이 생기는 거리, 해보고 싶다는 거리,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거리여야 박탈감을 회복하려 시도를 하게 된다.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출발점이 이미 다를 수밖에 없다.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듯 권력이 따라붙는다.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부수적임으로 둔갑한 돈이 숨어든다. 사회를 구성하는 상류층은 그렇게 돈과 권력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대물림으로 자기들만의 신분층을 높은 방벽으로 세운다. 보통만을 누리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진입을 허락하려들지 않는다.
현실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고 기회가 공평하다고 한다. 그러나 엄연히 신분의 격차는 존재하고 기회는 공평하지 않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 사람도 자신을 만족시키는 돈과 권한을 누리고 싶다는 전제하에서의 평범을 말하는 것이다. 그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오고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 물질적 삶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정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부족을 포용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때로는 불평에 불만을 토로하고 싫음을 미움으로 대해줄 필요도 있다. 불만족과 미움이 다른 삶을 바라볼 시간과 힘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움이 힘이 된다. 좋게만 생각하며 살아가기엔 부딪힘이 너무 많다. 베풀고 용서하기만 할 수 있는 현상과 대상은 지나치게 한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평범하게 살고 있는 우리라 할지라도 싫은 것을 싫어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미워할 것을 미워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미움이 역설적이게도 살아갈 근원적인 힘을 내게 한다. 아무리 애써도 이룰 수 없는 것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안될 것은 해도 해도 안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미움의 힘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미움이 안될 것에 집착하는 대신 다른 이룸을 위해 나가게 한다. 미움을 받을 용기도 필요하지만 미워할 용기도 있어야 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포용하려 할 필요는 없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사랑할 시간도 부족하다. 용서는 용서받을 준비를 갖춘 사람에게만 하면 된다. 용서를 해줘도 당연한 듯 변함없이 뻔뻔한 사람에게는 용서라는 단어를 써주는 것마저도 남용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자. 하지 못할 것을 해내려고 스트레스를 자초하며 살기엔 인생이 길지 않다. 더구나 살아가야 할 시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행복은 내가 해내는 일의 결과물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못해낼 일에 집착하면 불행해지는 것이다. 결과물은 만족할만한 것이어야 한다. 애써 해낸 일의 결과가 미약하거나 양에 차지 않으면 보람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불행의 씨가 싹이 트게 된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능력밖의 일을 하는 것은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그저 하는 척을 하게 된다. 결과가 좋을 리가 없다. 불만이 팽배된다. 살면서 하는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는 없다. 가진 능력의 힘은 무한하지 않다. 한정된 재능을 될법한 곳에 쏟아야 한다. 누구라도 될까 말까 의구심이 드는 곳에 낭비할 만큼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할 때 능력이 춤을 춘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모두 좋은 것을 좋다고 할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미운 생각이 드는 것을 미워할 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