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걸음마를 다시 시작하다

새글 에세이

by 새글

말걸음마를 다시 시작하다


한번 쓰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것이 말의 쓰임이다. 말은 하는 사람의 인격이며 전달받는 사람에게는 배려 아니면 상흔이 된다. 무의미한 말이란 없다. 입을 떠난 말은 어떤 형태로든 의미로 전달된다.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말하기다. 살아온 날이 오십 줄을 지나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아직도 말하는 것이 나는 제일 두렵고 서툴다. 입 밖으로 내기 전에 몇 번을 되새기고 생각을 하는 편이다. 말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한 한마디의 말 때문에 일어날 파장을 경계한다. 살아오면서 좋은 말만 하지 않았다. 때로는 격정이 지나쳐 거친 언어가 큰 목소리로 나왔고 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자조 섞인 한탄과 원망의 말도 많이 했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며 살지도 못했다. 참아야 할 때는 참았고 언어를 순화시켜야 할 때는 고심에 고심을 더하며 말을 다듬었다. 좋게 하는 말이 뜻하는 바를 잘 전한다고 믿는다. 선의는 선의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당연의 법칙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우선으로 작동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여전히 지금도 말하는 것은 어렵다. 들어야 하는 상대방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하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고 있는지 가늠해야 하는 심적인 고역이다.


말하는 법을 다시 시작한다. 상대방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잘 맞춘 말을 하기 위한 말걸음마다. 이제까지의 말은 나를 잘 표현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지금부터는 말을 듣는 사람이 편안하게 나를 받아들이게 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들 속으로 불편 없이 스며들어 가고 싶어 진다. 싸움을 만드는 언쟁은 피하고 싶다. 들어서 좋지 않을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나 역시도 들어서 기분이 상할 말은 듣고 싶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비난은 하는 것도 당하는 것도 싫다. 좋은 말을 하고 좋은 말을 듣고 싶다. 다툼을 유발하거나 기분을 언짢게 하는 말은 소통이 아니다. 과장은 자신을 치장하고 싶은 과시욕에서 비롯되고 불평은 자신의 잘못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말일뿐이다. 타인의 기분을 배려하고 타인을 높여주는 말을 할수록 나의 자존감도 함께 올라간다. 남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은 의도의 불순함으로 하지 말아야 할 나쁜 말버릇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솔직할 필요도 없다. 사실의 적시가 도움보다는 피해를 줄 것이 확실하다면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것이 더 좋다. 말은 하는 사람과 방법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진다. 더하여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와 심리상태에 따라서 또 달라진다. 그래서 소통은 쌍방향의 의견수렴이다.


소통을 무리 없이 하고 싶다. 분쟁을 만들거나 다툼에 휘말리지 않고 사는 것이 최고로 안락한 삶이 된 나이가 되었다. 그런 안락함을 위해서 소통을 잘하는 것이 더 절실하다. 과하게 나를 드러내려는 말을 하지 않을 것, 이기적임이 병처럼 깊은 사람의 말은 피할 것, 상대의 귀를 오염시키는 말을 하지 않는 것, 누구게도 듣기 싫은 말은 기피해도 꺼림이 없는 것, 소통은 거기로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다시 시작한 말걸음마가 중도에 엉뚱한 방향으로 이탈하지 않기를 바라며 말의 뜻을 모남이 없이 둥글둥글하게 다듬으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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